美목소리 안먹히는 ‘2개의 전쟁’… “해리스엔 악재, 트럼프엔 기회”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9월 5일 03시 00분


[2024 미국 대선]
우크라-중동戰 美대선 변수 떠올라
우크라, 美와 조율없이 러 본토 공격… 이스라엘과는 휴전 갈등 심해져
평화 진전 없으면 해리스에 악영향… 트럼프, 해리스 외교약점 집중 공략

이스라엘 시위대에 소화기 분말
3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휴전 협정 체결과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들의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소화기 분말을 분사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이스라엘인 인질 6명이 가자지구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뒤 이스라엘에서는 인질 구출에 소극적인 베냐민 네타냐후 정권을 비판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텔아비브=AP 뉴시스
이스라엘 시위대에 소화기 분말 3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휴전 협정 체결과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들의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소화기 분말을 분사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이스라엘인 인질 6명이 가자지구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뒤 이스라엘에서는 인질 구출에 소극적인 베냐민 네타냐후 정권을 비판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텔아비브=AP 뉴시스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른바 ‘두 개의 전쟁’이 최근 잇따라 격화되며, 두 달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의 새로운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레임덕이 뚜렷해지고 있는 가운데 전쟁 당사자들이 미 정권 교체를 앞두고 유리한 정세 구축을 위해 ‘도박수’를 꺼내 들면서 글로벌 정세의 불안이 가중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선 러시아나 북한 등이 미 대선 판도를 흔들기 위해 무력시위에 나서는 ‘옥토버 서프라이즈(October Surprise)’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부족한 외교안보 경력이 약점으로 꼽히는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에게는 두 개의 전쟁 격화가 상당한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은 해리스 후보의 이런 약점을 겨냥한 공세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 ‘美 목소리’ 안 먹히는 두 개의 전쟁

바이든 대통령은 3일 50명 이상이 숨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폴타바 공습에 대해 “미국은 계속해서 우크라이나와 함께하겠다”며 “러시아는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하고, 우크라이나 국민이 승리할 것”이라고 성명을 내놓았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미국이 현 전황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줄었다는 분석이 많다. 러시아의 핵 위협으로 긴장이 고조된 데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공격에 나서자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 동부전선 공세를 강화하는 등 전황이 악화될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본토 공격 뒤 미국에 장거리 미사일과 러시아 후방 공격 승인을 거듭 요청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3일 미 NBC 방송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평화협상에 응하도록 지난달부터 기습 침공한 러시아 본토의 점령을 무기한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도 불안 요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기습 공격을 미국에 사전에 알리지 않았다”며 “러시아 본토 공격은 전쟁을 끝내기 위한 ‘승리 계획’의 핵심”이라고 말해 현 구도가 미국과 조율된 상황이 아니었다는 것도 밝혔다.

중동 전쟁도 살얼음판 정세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인 1명을 포함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억류했던 인질 6명이 목숨을 잃으며 휴전을 둘러싼 바이든 행정부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최근 가자지구 ‘필라델피 회랑’(가자지구와 이집트 국경 완충지대)에 병력 주둔의 필요성을 밝혔다. 하지만 미국은 “휴전 제안엔 필라델피 회랑의 병력 철수가 포함됐다”며 네타냐후 총리의 주장을 일축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개의 전쟁에서 평화 협상이 진전될 경우 바이든 대통령의 임기 내 최대 업적으로 여겨지면서 해리스 후보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반대 경우에는 외교안보 정책의 실패로 여겨져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트럼프, TV토론 앞두고 해리스 외교 경험 공격

해리스 후보는 2일 백악관 상황실에서 바이든 대통령 등과 회의하는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며 “하마스는 범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라면서도 “휴전과 인질 석방 합의를 위한 시간이 한참 지났다”고 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강경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 중동전쟁이 더 잔혹한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란 경고를 던진 셈이다. 하지만 NYT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3일 “네타냐후는 정치적 생존을 위해 해리스의 승리에 심각한 해를 끼치는 일이라도 마다치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트럼프 캠프는 대선의 중대 분수령이 될 TV토론(10일 예정)을 일주일 앞두고 해리스 후보의 외교 경험 부족을 집중 공격하고 있다. 3일 새로 공개한 광고에선 하마스가 살해한 인질 6명의 사진과 함께 “이들은 바이든과 해리스가 이스라엘군이 진입하지 못하게 압박한 라파의 터널에서 살해됐다”는 톰 코턴 상원의원(공화·아칸소)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트럼프 후보 역시 같은 날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명확한 계획을 갖고 있다”며 “(민주당 정권이 유지되면) 3차 세계대전이 발발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과의 전쟁을 어떻게 피할 것이냐란 질문에도 “확실한 아이디어가 있다”며 “(중국과 전쟁을 한다면) 우린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되며 그들도 곤란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목소리#2개의 전쟁#해리스#악재#트럼프#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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