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문화장관, ‘21살 연하’ 인플루언서와 불륜 인정…결국 사임

  • 뉴시스
  • 입력 2024년 9월 7일 09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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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언서와의 불륜 의혹에 휩싸인 이탈리아 문화부 장관이 결국 외도를 인정하고 장관직에서 사임했다.

7일(현지시각) BBC 등에 따르면 젠나로 산줄리아노(62) 이탈리아 문화부 장관은 전날 조르자 멜로니 총리에게 서안을 보내 장관직 사임 의사를 밝혔다.

산줄리아노 장관은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낸 끝에 문화부 장관직에서 사임하기로 했다”며 “이 결정은 돌이킬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산줄리아노 장관의 불륜 의혹은 마리아 로사리아 보차(41)가 지난달 2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게시물에서 시작됐다.

당시 보차는 산줄리아노 장관과 다정한 모습으로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주요 행사 고문으로 임명해 준 산줄리아노 장관에게 감사하다”고 적었다. 이때부터 둘의 관계에 대한 갖가지 소문이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산줄리아노 장관 측은 “보차를 장관의 고문으로 임명한 바 없다”며 “보차와 산줄리아노 장관 사이에는 어떤 친분도 없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산줄리아노 장관이 오는 19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주요 7개국(G7) 문화장관 회의 준비를 위해 방문한 폼페이에 보차와 동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은 확대됐다. 공적 자금 유용 의혹과 기밀 정보 유출 의혹까지 불거지며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다.

이에 멜로니 총리와 산줄리아노 장관은 지난 2일 모든 의혹을 부인하고 나섰지만, 같은 날 보차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문화부 장관의 고문으로 임명됐으며 G7 문화장관 회의를 위한 운영 회의에 여러 차례 참석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비용들은 모두 문화부가 냈다고도 했다. 보차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각종 정부 행사에서 산줄리아노 장관과 함께 비행기에 탄 사진뿐만 아니라 기밀 문서로 보이는 서류까지 게시했다.

야당은 산줄리아노 장관이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하고 국민의 세금을 민간인에게 썼을 뿐 아니라 기밀 정보를 유출해 G7 문화장관 회의를 위험에 빠뜨렸다며 장관직 사퇴를 요구했다.

제1야당 민주당(PD)은 “총리의 발언이 보차가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문서를 통해 실시간으로 부인됐다”며 “산줄리아노 장관은 결백을 주장하려고 총리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냐”고 공격했다.

산줄리아노 장관은 결국 5일 공영 방송 라이(Rai)의 TG1 채널과 인터뷰에서 보차와 불륜을 저질렀음을 인정했다.

산줄리아노 장관은 “가장 먼저 사과해야 할 사람은 특별한 사람인 내 아내”라면서 “나를 믿어준 조르자 멜로니 총리에게 그와 정부를 당혹하게 한 것에 대해 사과한다”고 했다.

두 사람은 지난 5월 나폴리에서 열린 한 행사를 계기로 친분을 쌓았고, 7월 말~8월 초 사이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다만 산줄리아노 장관은 보차를 고문으로 임명하는 방안을 고려한 건 사실이지만, 이해충돌의 우려가 있어 임명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입출금 명세서를 보여주며 “보치아의 여행 경비는 직접 지불한 것”이라고 공적 자금을 사용했다는 의혹을 반박했다.

그는 “문화부에서 보차에게 1유로도, 커피 한 잔도 지출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보차가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장관급 차량을 이용한 것에 대해서는 “항상 나와 함께만 탔고 혼자는 타지 않았다”고 밝혔다.

보차는 이날도 자신의 SNS에 항공권 탑승권이 담긴 장관 비서관의 이메일 스크린 캡처와 “주요 행사에서 장관의 고문으로 임명됐다”는 문화부 관계자의 전화 통화 녹취록을 게시하며 대응에 나섰다.

이탈리아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불륜 스캔들은 산줄리아노 장관의 사퇴로 귀결됐다. 이번 장관 교체는 2022년 10월 멜로니 내각이 들어선 이래 처음이다. 감사원은 현재 산줄리아노 장관의 공금 유용 의혹에 대해 감사에 착수한 상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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