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차기 총리를 뽑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 선언을 한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전 환경상(43)이 도쿄에서 첫 가두연설을 하며 본격적인 선거 운동에 나섰다. 27일 치러지는 자민당 총재 선거를 3주도 안 남겨 두고 일본 정치권에서는 고이즈미 전 환경상을 유력 주자로 꼽고 있다.
고이즈미가 7일 도쿄 긴자에서 가진 가두연설에는 무더위에도 5000여 명의 청중들이 몰려 높은 지명도를 보여줬다. 그는 “답을 내놓지 못한 과제를 해결하겠다”며 규제 개혁을 기치로 내세웠다.
고이즈미는 이번 총재 선거에서 까다로운 해고 규제를 완화하는 노동 유연화를 간판 정책으로 내세웠다. 그는 “임금 인상, 일손 부족 해소,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 해소, 이 모든 것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해고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6일 출마 선언을 하면서는 정치인 활동비 사용처 공개, 선택적 부부 별성 도입 등 개혁 정책을 내놓으며 “1년 이내에 실현하겠다. 1년 안에 못 하면 다음 시대를 맞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1981년생인 그가 당선되면 역대 최연소 총리가 된다. 해고 규제 완화처럼 논란이 뜨거운 개혁 정책을 전면에 내세우는 방식은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전 총리와 유사하다는 분석도 있다. 아버지 고이즈미 전 총리는 총리에 취임하면서 우정 민영화를 행정 개혁의 핵심으로 밀어붙였다. 야당은 물론 자민당 내에서도 반대가 거세자 국회 중의원(하원)을 전격 해산하고 우정 민영화에 반대하는 의원들에게 공천을 주지 않으며 정면 승부에 나섰다.
주요 언론 여론조사에서 고이즈미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과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자민당 내에서 신망을 못 얻고 있다는 평가가 있는 이시바 전 간사장과 달리 고이즈미는 당내 비주류 수장 격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 등의 지지를 등에 업고 있다. 젊은 나이에 인지도도 높아 쇄신감을 주면서 선거 간판으로 나서기에 적격이라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환경상 경험 말고는 당과 내각에서 별다른 경험이 없다는 지적은 뼈아프다. 환경상 시절 “기후변화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이른바 ‘펀쿨섹’ 발언 같은 가벼운 언행에 대한 비판도 크다. 아사히신문은 “정책에 관한 생각을 폭넓게 나타냈지만, 실행력에 대한 불안감은 남아 있다”며 “연설과 토론회에서 고이즈미 전 환경상의 정치가로서 진정한 실력이 검증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