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손을 230마리 남기며 멸종 위기에 빠졌던 자신의 종을 구했다는 평가를 받는 미국 메릴랜드 동물원의 아프리카 펭귄 ‘미스터 그리디(Mr.Greedy)가 33세로 세상을 떠났다.
워싱턴포스트(WP)는 “메릴랜드 동물원에서 살던 ‘미스터 그리디’가 최근 노환으로 치료를 받다가 고통을 멈출 수 있게 안락사됐다”고 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미스터 그리디는 아프리카 펭귄의 평균 수명인 18년을 훌쩍 뛰어넘어 33살까지 장수했다. 동물원 펭귄 중에서도 가장 나이 많았다.
‘미스터 그리디’는 가장 심각한 멸종 위기에 처했던 아프리카 펭귄을 보존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아프리카 펭귄은 남아프리카와 나미비아 해안에 서식하는데, 과도한 어획과 석유 유출 등으로 1900년 이후 개체가 90% 감소했다.
‘미스터 그리디’는 1992년 부화한 지 1년 만에 메릴랜드 동물원에서 살게 됐다. 2년 뒤 번식 연령에 도달하면서 동갑내기 펭귄인 ‘미세스 그리디’를 만나 죽을 때까지 백년해로했다. WP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사육사들은 유전자 풀을 다양하게 하기 위해 펭귄들의 파트너를 의도적으로 바꾼다. 하지만 이 커플은 번식 성공률이 매우 높아 짝을 바꾸지 않았다고 한다.
두 펭귄 커플이 낳은 펭귄들이 성장해 번식이 이어지며 지금까지 총 230여 개체가 태어났다. 현재 5세대 후손까지 메릴랜드 동물원에 살고 있다. 메릴랜드 동물원이 아프리카 펭귄 종 보존을 위해 특별 번식 프로그램을 운영한 성과다. 그 중심에는 ‘그리디 커플’의 사랑이 있었다.
이들에게 탐욕스럽다는 뜻의 ‘그리디(Greedy)’란 이름이 지어진 건, 이들이 의외로 다른 펭귄들로부터 둥지 재료나 물고기를 공격적으로 빼앗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WP는 미스터 그리디를 “5번의 미국 대통령 행정부를 거쳤고 9·11 사태, 아프가니스탄 침공과 아이폰 출시 등의 역사를 거친 펭귄”이라고 추모했다. 메릴랜드 동물원 사육사인 코티안은 “미스터 그리디는 동물원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었고, 아프리카 펭귄의 유전자 풀을 위한 기초를 만든 펭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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