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미국 대선]
트럼프, TV토론 뒤늦게 수용하며… “얼마나 불공정한지 볼 것” 뒤끝
해리스, ‘反트럼프’로 돌아선… 펜스-볼턴 발언 활용해 TV 광고
미국 ABC방송이 10일(현지 시간) 주관하는 미 대선 TV토론은 지난달 말까지도 성사 여부가 불투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 측이 “ABC가 민주당에 우호적”이라며 토론 주관을 거부하다 지난달 말에야 참여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ABC는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으로 재임하던 때부터 ‘앙숙’으로 꼽혔던 CNN이나 NBC방송만큼 악연의 역사가 길진 않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수 성향인 폭스뉴스를 제외한 기성 언론을 늘 비난해 왔던 트럼프가 올해 들어 ABC를 CNN을 대신할 샌드백으로 삼고 있다”고 할 정도로 최근 사이가 나빠졌다.
특히 트럼프 후보는 ABC의 ‘불편한 질문들’에 불만이 크다. 3월 ABC 간판 앵커인 조지 스테파노풀로스가 낸시 메이스 공화당 하원의원에게 “강간 혐의로 기소된 트럼프를 왜 지지하느냐”고 묻자 명예훼손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달 31일엔 ABC 기자가 전미흑인언론인협회(NABJ) 초청 토론회에서 트럼프 후보의 인종 차별적 언행을 나열했다. 이에 트럼프 후보는 “인사도 없이 처음부터 끔찍한 질문을 쏟아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후보는 토론 합의 뒤에도 ABC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4일 폭스뉴스 주관 행사에선 “ABC의 공정성은 최악”이라며 “(TV토론을 통해) 그들이 얼마나 못됐고, 불공정한지 많은 이들이 지켜볼 것”이라고 힐난했다. 최근 기부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선 ABC가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에게만 사전에 질문지를 줄 것이라 주장하기도 했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는 설령 이번 토론 성과가 나쁘더라도 진행자와 방송사의 공정성에 책임을 돌리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이번 TV토론의 진행자들에 대해선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데이비드 뮤어 앵커는 트럼프 후보가 2017년 백악관 입성 뒤 처음으로 단독 인터뷰를 했다. 영국 더타임스는 “트럼프는 적어도 뮤어에겐 우호적일 것”이라고 전했다. 린지 데이비스 앵커도 4년 전 트럼프 후보와 바이든 대통령의 3차 대선 토론을 공동 진행한 인연이 있다.
한편 해리스 캠프는 9일 과거 트럼프 행정부에서 일했으나 ‘반(反)트럼프’로 돌아선 인물들의 영상을 활용한 새 TV 광고를 공개했다. 광고에는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이 2021년 ‘1·6 의사당 난입’ 사태 이후 “헌법 위에 군림하려는 사람은 결코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담겼다. 마크 밀리 전 합참의장은 “우린 독재자 지망생에게 충성을 맹세하지 않는다”고 했으며,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트럼프가 신경 쓰는 유일한 이는 (국민이 아닌) 자기 자신”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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