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국 등이 러시아의 파상 공세로 최근 주요 격전지에서 밀리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우크라이나가 서방이 지원한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하는 것을 허용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과 프랑스가 공동 개발한 공대지(空對地) 미사일 ‘스톰섀도(Storm Shadow)’, 미국의 지대지(地對地)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 등의 사용 제한이 해제되면 전황 열세인 우크라이나군에 적잖은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서방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 뒤 우크라이나를 꾸준히 지원하면서도 확전과 외교 분쟁 등을 이유로 자국 무기가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는 데 사용되는 것을 꺼렸다. 우크라이나군이 방어 목적으로만 자국산 무기를 사용하는 것을 원했던 것이다.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미사일을 지원할 때 최신형 대신 사거리가 상대적으로 짧은 구형 모델을 넘겨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최근 우크라이나군의 열세가 뚜렷해지고 11월 5일 미국 대선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인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본토에 대한 공격에도 서방 무기 사용을 허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 바이든 “우크라, 美무기로 러 공격 허용 협의 중”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0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우크라이나가 미국이 지원한 장거리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는 것을 허용할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당장 그것을 다루고 있다”고 답했다. 영국 런던을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역시 비슷한 질문을 받고 “우크라이나의 요청이 있으면 들여다볼 것”이라고 답했다.
텔레그래프, 더타임스 등은 11일 블링컨 장관과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교장관의 회동, 13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바이든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의 회동 때 관련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두 나라가 영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장거리 미사일 스톰섀도의 사거리 제한 해제를 논의할 것으로 봤다.
영국은 지난해 5월 서방 주요국 중 최초로 스톰섀도를 지원했다. 다만 최대 사거리가 560㎞에 이르는 최신형 대신 약 250㎞인 구형을 보냈다. 미국도 올 4월 사거리 300㎞의 에이태큼스를 우크라이나에 전달했지만 이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장소를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각종 제한을 해제해 달라. 러시아 본토 깊숙한 곳의 군사 시설을 직접 공격해야 전쟁을 종료시킬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이 와중에 최근 이란이 러시아에 수백 발의 탄도미사일을 제공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는 등 러시아군이 전력을 강화하자 서방의 태도 또한 바뀐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10일 러시아를 지원하는 이란에 대한 제재를 예고했다.
● 우크라 벌떼 드론, 모스크바 타격…첫 민간인 사망
우크라이나는 10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일대 곳곳에 최소 144대 이상의 무인기(드론)를 발사했다. 특히 모스크바 교외 라멘스코예의 고층 아파트가 집중 공격을 받아 최소 1명이 숨지고 8명이 부상당했다. 전쟁 발발 후 모스크바 일대에서 러시아 민간인이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 사망한 첫 사례다.
모스크바를 향한 우크라이나의 ‘벌떼’ 드론 공격은 러시아 민간인에게 전쟁의 공포를 체험토록 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압박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가디언은 “대부분의 러시아인은 남부 국경지대에서 벌어지는 이번 전쟁을 자신과 상관없는 일로 여겼다”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로 싸움을 옮겨 러시아 국민이 더 이상 전쟁을 외면할 수 없게 됐다”고 전했다.
다만 11일 러시아군은 남부 쿠르스크주 수미 일대를 점령한 우크라이나군에 반격을 시도해 “10개 마을을 되찾았다”고 밝혔다. 지난달 6일부터 수미 일대로 진격한 우크라이나는 쿠르스크주 내 100여 개의 마을을 점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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