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남부의 ‘그라운드제로’. 미국 역사상 최악의 참사로 꼽히는 ‘9·11테러’의 현장인 이곳에서 열린 23주기 추모식에 조 바이든 대통령,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이 총출동했다.
트럼프 후보와 해리스 후보는 전날 밤 거친 공방과 비난이 오갔던 105분간의 첫 TV토론을 마친 뒤 인사도 없이 헤어졌다.
그러나 이날 두 사람은 행사 전 웃으며 악수했다. 트럼프 후보는 해리스 후보에게 “토론을 즐겼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과도 악수했다. AP통신 등은 11월 5일 대선을 앞두고 두 후보의 공방이 격화하고 있지만 국가적 추모 행사 때는 진영 논리를 제쳐 두는 모습을 보였다고 평했다. 해리스 후보도 성명에서 “9·11테러 뒤 미국은 단결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증오와 차별을 극복하고 나라를 위해 싸우려는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추모식은 테러 당시 비행기가 추락했던 워싱턴 국방부 청사(펜타곤), 펜실베이니아주 섕크스빌에서도 열렸다.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후보는 뉴욕 추모식 참석 뒤 곧바로 섕크스빌을 찾았다. 펜실베이니아주는 이번 대선의 최대 경합주로 꼽힌다.
바이든 대통령은 섕크스빌의 소방서를 방문했을 때 트럼프 후보 지지자에게 ‘트럼프 2024’라는 문구가 쓰인 붉은색 모자를 건네받아 쓰기도 했다. 트럼프 대선 캠프는 이 모습을 담은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며 “해리스가 어제 토론을 망쳐서 바이든이 트럼프 모자를 썼다” “(우리를) 지지해줘서 고맙다, 조!”라고 썼다. 일부 트럼프 후보의 지지층은 6월 27일 TV토론 참패 직후 민주당 내 반발로 사실상 강제로 대선 후보직을 사퇴한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과 해리스 후보에 간접적으로 불만을 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논란이 일자 앤드루 베이츠 백악관 수석 부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은 초당적 단결이 다시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취지로 자신의 모자를 선물했다”며 이에 상대방이 “그러려면 당신도 이걸 써야 한다”며 ‘트럼프 모자’를 건네 바이든 대통령이 잠시 착용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 비밀경호국은 내년 1월 6일 워싱턴DC 연방의회가 이번 대선결과를 인증하는 절차를 대통령 취임식 수준의 국가 특별안보 행사로 지정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앞서 2021년 트럼프 후보 지지자들이 전년도 대선 결과에 불복하며 벌였던 ‘1·6 의사당 난입사태’가 재발하지 못하도록 경호와 보안 수준을 끌어올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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