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악성 글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 걱정이다. 우리 가족도 이런 상황에 직면했을 때, 마음 편히 지내기 어렵고 괴로울 때가 있다.”
나루히토(徳仁) 일왕 남동생인 후미히토(文仁) 왕세제의 부인 기코(紀子) 비가 이달 초 일본 궁내청 출입기자단에 이런 내용의 서면 인터뷰 답변을 보냈다. 남편은 왕위 계승 서열 1위, 아들이자 일왕 조카인 히사히토(悠仁) 왕자는 2위로 현 일왕 부부 가족 다음으로 일본 왕가의 핵심이지만, 인터넷 악성 댓글에 대한 고통에선 예외가 아니었다.
논란의 중심에는 히사히토 왕자가 있다. 일본 왕실의 유일한 남자 왕손이기도 한 그는 지난달 교토에서 열린 ‘제27회 국제 곤충학 회의’에 참석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곤충학 학회로 ‘곤충학자의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이 회의에서 히사히토는 평소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진 왕궁 내 잠자리의 생태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후미히토 부부는 직접 개회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했다.
히사히토 왕자는 지난해 11월 공동 저자로 참가한 잠자리 관련 논문을 일본 국립과학박물관이 발행하는 학술지 ‘국립과학박물관 연구 보고’에 게재하기도 했다. 총 3인의 저자 중 히사히토 왕자는 제1저자로 등재됐다. 일본 언론들은 “히사히토 왕자가 외부 지도를 받으며 지도적 위치에서 연구를 진행했다”며 “컴퓨터로 데이터를 보여주며 잠자리 목록을 설명해 줬다”고 보도했다.
이를 두고 올해 고3인 히사히토 왕자가 대학 입학을 위해 ‘잠자리 논문’을 활용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주간지 슈칸신쵸는 최근 “도쿄대 추천 전형에 응시하기 위한 스펙 쌓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쿄대에서 곤충학 전공이 있는 농학부에 진학할 것이라는 추측성 보도도 나오고 있다.
국제적인 서명 사이트 ‘change.org’에서는 “도쿄대 추천 입시를 악용하고 미래 일왕으로 특별 취급 입학에 반대한다”는 서명 제안이 올라와 1만2000명 이상이 서명을 하기도 했다. 일부 잡지에서는 곤충학 회의 조직위원장이 후미히토 왕세제와 오랜 친분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특혜 논란’을 지적하고 있다.
일본 왕실 가문에서 도쿄대를 나온 인물은 없다. 나루히토 일왕 등 왕가 인사 대부분은 옛 왕실 산하였던 가쿠슈인대(현재는 사립) 출신이다. 나루히토 일왕 외동딸인 아이코 공주도 가쿠슈인대를 졸업했다.
다만 그럴듯한 정황 외에는 특례 입학 논란을 뒷받침하는 뚜렷한 근거는 없다. 일본 대입 전형은 내년 초에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 때문에 일본의 일각에서는 왕실에 대한 또 하나의 선정적 보도라는 시각도 있다. 후미히토 장녀인 마코(眞子) 공주의 결혼을 둘러싸고 2017년 약혼 때부터 결혼 연기, 2021년 혼인신고 때까지 이어진 보도가 대표적이다. 결혼을 둘러싼 비난이 거세지면서 마코 공주는 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PTSD) 진단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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