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에 대한 과징금 판결로 130억 유로(약 19조 2500억원)에 달하는 체납 세금을 징수하게 된 아일랜드가 재정 사용처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아일랜드가 애플에 제공해 온 법인세 혜택이 불법 보조금에 해당한다는 판결에 따른 것이기에 그간 낮은 세율로 다국적기업의 투자를 유치해오던 아일랜드로선 난감한 상황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 10일(현지시각) 유럽연합(EU)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는 애플이 아일랜드 정부로부터 받아온 법인세 혜택이 EU의 정부 보조금 규정에 어긋나 해당 보조금이 불법에 해당한다고 보고, 아일랜드에 체납 세금 130억 유로(약 19조 2500억원)를 징수하라고 명령했다.
이 판결에 대해 애플은 이미 미국에서 법인세를 내고 있다며 ‘이중과세’라고 반발했고, 아일랜드 정부도 애플의 편을 들었다. 아일랜드가 그간 낮은 세율을 내세워 다국적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얻어왔기 때문이다.
2016년 EU가 처음 제기한 소송에 대해 2020년 7월 원심인 일반법원은 애플과 아일랜드의 손을 들어줬다. 원심에서 법원은 아일랜드 정부가 애플에 제공하는 법인세 혜택이 정당하다고 본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뒤집혔으나 그간 아일랜드 정부가 애플로부터 체납 세금을 받지 않겠다며 애플과 함께 소송을 진행해 지출한 법적 비용도 1000만 달러(약 133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이번 ECJ의 최종 판결은 원심을 뒤집고 2016년 EU가 제기한 소송을 모두 인정한다는 의미로, 결국 천문학적 액수의 과징금을 두고 벌인 공방은 EU 집행위의 승소로 끝났다. 이에 따라 아일랜드 정부는 애플로부터 체납 세금 130억 유로(약 19조2500억원)를 받게 됐다.
FT에 따르면 아일랜드 정부는 이번에 애플로부터 걷게 된 체납 세금을 주택난과 에너지난, 식수와 기반 시설 문제 등을 해결하는 데 사용하라는 여론의 압박을 받고 있다. 그러나 잭 챔버스 아일랜드 재무 장관은 “이번 판결로 징수하게 될 정확한 세금 액수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세금 사용처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게다가 올해 아일랜드 정부는 자국 내 사업장을 둔 글로벌 테크·제약 회사로부터 거둬들인 법인세 수입이 증가함에 따라 86억 유로(약 12조원)의 재정 흑자를 거둘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미 국고에 현금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천문학적인 액수가 추가로 생긴 것이다.
한편 이번 판결을 계기로 EU 당국이 회원국 정부가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게 적용하는 법인세율과 관련해 추가적인 조사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로펌 RPC의 파트너 아담 크래그스는 FT에 “이번 판결은 아일랜드가 다국적 기업에 조세 피난처를 제공한다는 논쟁에 더욱 불을 지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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