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벌없는 첫 선거…고이즈미-이시바 힘받는 이유는?

  • 뉴시스(신문)
  • 입력 2024년 9월 17일 07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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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금 스캔들’에 파벌 없는 첫 총재選,
당원표 존재감↑…의원들, 여론 눈치봐
여조 인기 높은 고이즈미·이시바 힘받아

A banner displaying the photos of successive leaders of the Liberal Democratic Party (LDP) is seen at the headquarter building of LDP Thursday, Sept. 12, 2024, in Tokyo. (AP Photo/Eugene Hoshiko)
A banner displaying the photos of successive leaders of the Liberal Democratic Party (LDP) is seen at the headquarter building of LDP Thursday, Sept. 12, 2024, in Tokyo. (AP Photo/Eugene Hoshiko)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가 지난 12일 고시돼 차기 총리를 결정하는 선거의 막이 올랐다. 오는 27일 투·개표일을 열흘 앞두고 후보들의 행보가 주목된다.

지난 12일 공식적으로 입후보한 후보는 ▲고노 다로(河野太郎·61) 디지털상 ▲고바야시 다카유키(小林鷹之·49) 전 경제안보상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63) 관방장관 ▲이시바 시게루(石破茂·67) 전 간사장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68) 전 관방장관 ▲가미카와 요코(上川陽子·71) 외무상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63) 경제안보상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68) 간사장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43) 전 환경상 등 9명이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후보가 9명이나 출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72년 입후보를 위해 의원 추천인이 필요하다는 구조가 도입된 이래 최다 후보 출마다.

쟁쟁한 후보가 9명이 출마하는 이례적인 사태의 배경에는 자민당 파벌 해체가 있다.

자민당의 파벌은 원래 파벌 수장을 총재로 추대하는 게 주요 목적이었다. 파벌 내 총재 후보가 없을 경우 파벌 단위로 단체 행동을 하며 다른 총재 후보를 지지, ‘승리마(馬)’에 올라타 내각과 당의 주요 요직을 확보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말 자민당 파벌이 정치자금파티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해왔다는 스캔들이 터지자 위기가 닥쳤다. 결국 자민당 내 6개 파벌 중 파벌은 아소파를 제외한 5개 파벌이 해체를 결정했다.

파벌 해체로 파벌 수장 혹은 수장이 지지하는 후보만 후보로 나서는 암묵적인 기존의 룰이 깨지게 됐다.

게다가 현직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연임 포기를 하게 되면서, 내각·당 내 요직을 맡고 있는 유력자들도 입후보하기 쉬워졌다. 내각 수장인 총리를 지지할 필요가 없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에서는 유력한 후보들이 앞다퉈 출마하는 상황이 됐다.

후보 9명 가운데 눈의 띄는 2명의 인물은 고이즈미 전 환경상, 이시바 전 간사장이다. 이는 이번 선거에서 ‘당원표’가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는 총 734표로 치러진다. 자민당 소속 국회의원과 전국의 당원, 당우(후원단체 회원)가 표를 던지게 된다.

자민당 국회의원 367명은 각 1표씩 부여받는다.

전국의 105만 명 자민당 당원, 당우는 26일까지 투표를 한다. 각 도도부현(都道府県·광역지방자치단체)이 표를 집계해 당 본부에서 정리한다. 이를 최고평균방식으로 367표로 축소, 후보자에게 배분하는 형식이다.

1차에서 과반수 표를 차지한 후보가 없을 경우 득표수 상위 2명이 결선 투표를 치르게 된다. 의원표 367표와 도도부현에 1표씩 할당한 47표 등 총 414표로 새로운 총재를 결정하게 된다.

자민당 파벌 해체 전에는 보통 파벌 수장들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고, 파벌 의원들이 이를 따라 표를 던졌다.

이에 따라 과거 총재 선거에서 중요도를 따져본다면 의원표가 당원표 보다 우위에 섰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 이후 첫 총재 선거다. 파벌 없이 치러지는 첫 선거이기도 하다.

이에 ‘당원표’가 승패 열쇠를 잡을지 주목되고 있다고 도쿄신문은 분석했다.

일단 의원표는 9명 후보로 갈리기 때문에 1차 투표에서 과반수 표를 차지하는 후보가 나오기 어렵다.

그렇게되면 결선 투표를 해야 한다. 국민 정치불신이 심화되는 자민당 파벌 비자금 사건이 있었는데 국회의원이 수로 밀어붙여 총리를 뽑아 “민의를 등지는 투표 행동을 취한다면 더욱 (국민의) 실망을 초래하기 때문”이라고 신문은 짚었다.

의원들이 여론의 인기가 낮은 후보에게 표를 던져 총리로 만든다면, 국민들이 더 실망하고 여론이 악화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의원들은 표를 던질 때 여론의 눈치를 보고, 여론의 인기가 높은 후보를 의식할 수 밖에 없다.

한 중견 의원은 신문에 “비자금 사건으로 (자민당이) 신뢰를 잃은 가운데 의원표가 당원표 결과를 뒤집는 사태가 다시 초래된다면 이 당은 끝이다”고 우려했다.

국회의원들이 투표를 할 때 파벌이 아닌 여론의 인기가 높은 후보들을 신경 쓸 것이라는 지적이다. 신문은 “의원들은 당원표 행방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신문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와 2위를 다투고 있는 고이즈미 전 환경상, 이시바 간사장이 당원표 부분에서 유리하다고 했다.

지난 9일 9일 민영 TBS 계열 JNN이 발표한 여론조사(7~8일) 결과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 예정·출마 의향을 보인 12명 가운데 가장 총재에 적합한 인물 1위는 28.5%로 고이즈미 전 환경상이었다. 2위는 23.1%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67) 전 자민당 간사장이었다.

자민당 의원들이 여론을 의식한다면 고이즈미 전 환경상, 이시바 전 간사장에게 표를 던질 공산이 있다. 이에 이 두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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