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암살 시도로 약 50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 판세가 요동치고 있다. 앞서 7월 13일 첫 번째 암살시도 때 ‘통합’을 강조했던 트럼프 후보는 이번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의 자신에 대한 거친 발언이 연이은 암살 시도에 영향을 미쳤다며 강성 지지층을 규합했다.
트럼프 후보는 이날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의 본인 소유 골프장인 트럼프인터내셔널골프클럽에서 골프를 치던 중 라이언 웨슬리 라우스로부터 두 번째 암살 시도를 경험했다. 당시 라우스는 AK-47 유형 소총으로 트럼프 후보에게 총구를 겨누던 중 미 비밀경호국 요원들에게 발각돼 총격을 받고 도주하다 붙잡혔다. 연방수사국(FBI) 등에 따르면 라우스는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필요성을 강조하며 트럼프 후보를 비판해 왔다.
다만 이번 사건이 대선 판세, 특히 중도층 유권자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분석이 엇갈린다. 두 번째 암살 시도에 관한 직접적인 여론조사 결과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으나 최근 조사에서는 해리스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가 꾸준하다. 10일 TV토론에서 승리했다는 평가를 받은 해리스 후보는 이후 트럼프 후보와의 전국 지지율은 물론이고 최대 경합주로 꼽히는 펜실베이니아주에서도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유명 정치 데이터 분석가 네이트 실버는 17일 자신의 웹사이트에서 “암살 시도가 해리스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를 꺾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대선 구도의 전반적인 환경은 (강성 지지층을 보유한) 트럼프 후보에게 여전히 유리하다”고 진단했다.
● 트럼프 “중요한 대통령만 암살 대상”
트럼프 후보는 암살 시도 이틀 후인 17일 또 다른 경합주 미시간주 플린트에서 유세를 갖고 “오직 중요한 대통령들만 총에 맞는다”며 대통령직 수행과 대선 도전은 위험한 일이라고 했다.
그는 16일 폭스뉴스 디지털과의 인터뷰에선 자신을 ‘민주주의의 적’이라고 공격하는 해리스 후보와 바이든 대통령의 공격적인 언사와 과도한 적개심이 두 번째 암살 시도의 원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후보는 “그들의 발언 때문에 내가 총에 맞았다. 그들은 매우 선동적인 언어를 사용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나는 나라를 구하는 사람이고 그들은 나라를 파괴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이는 첫 번째 암살 시도 직후 “세계를 하나로 모을 기회”라며 ‘단합’을 강조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를 두고 트럼프 후보가 TV토론 패배와 지지율 정체 등을 타개하기 위해 두 번째 암살 시도를 해리스 후보에 대한 공격 강화 및 지지층 결집 계기로 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TV토론 뒤 여론조사는 해리스 우위
한편 여론조사 기업 모닝컨설트가 13~15일 1만1022명의 유권자를 조사해 17일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해리스 후보는 51%의 지지율로 트럼프 후보(45%)를 6%포인트 차로 앞섰다. TV토론 전인 이달 4~6일 이 회사의 조사에서는 해리스 후보의 지지율이 49%로 트럼프 후보(46%)보다 3%포인트 앞섰지만 격차가 더 벌어진 것.
USA투데이와 서퍽대가 11~15일 최대 경합주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실시한 조사도 마찬가지였다. 해리스 후보의 지지율이 49%로 트럼프 후보(46%)보다 높았다. 코스타스 파나고풀로스 노스이스턴대 정치학 교수는 뉴스위크에 “두 번째 암살 시도가 트럼프 지지자들의 지지를 강화할 수 있지만, 무당파와 부동층 유권자들에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해리스 후보는 17일 트럼프 후보와의 통화에서 암살 시도에 관한 위로를 전했다. 하지만 트럼프 후보에 대한 공격은 이어갔다. 그는 이날 전미흑인언론인협회 인터뷰에서 TV토론 당시 ‘아이티계 이민자들이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 주민들의 개와 고양이를 잡아먹는다’는 트럼프 후보의 발언을 거론하며 “눈물이 날 정도로 수치스럽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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