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4년 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는 공격적 정책을 단행하고 포스트 팬데믹 이후 고수해 온 고금리 기조의 방향을 틀었다. 또 올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두 차례 더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정책에 직접적 영향을 미쳐 온 미국의 기준금리 정책이 공식적으로 전환됨에 따라,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 또한 연쇄적인 변화를 겪을 전망이다.
미 연준은 18일 오후 2시(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9월 정례회의 직후 성명을 통해 “미국의 기준금리를 4.75~5.0%로 0.5%포인트 인하한다”고 밝혔다. 또 점도표와 경기전망을 통해 올해 연말 기준금리를 4.4%로 내다봤다. 현 기준금리가 4.75~5.00%임을 감안하면 연말까지 0.25%포인트씩 두 차례 더 인하하겠다는 의미다.
그간 글로벌 시장에서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지, 0.5%포인트 인하할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져왔다. 이런 상황에서 연준이 0.5%포인트 인하를 결정한 것은 그만큼 고용냉각이 시작된 미 경제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 된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은 4년 6개월 만의 일이다. 연준은 2020년 3월 이후 0.25%(상단기준)로 유지되고 있던 기준금리를 2022년 3월 0.5%로 올리기 시작해 2023년 7월 5.5%까지 올린 뒤 1년 2개월째 유지해 왔다.
미 월가에서는 일찌감치 연준이 이번 9월 회의에서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확실시 돼왔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수치가 그간 연준이 목표치로 제시해 온 2%에 가까워진 데다, 고용이 예상보다 빠르게 냉각되고 있다는 통계들이 이어지면서 경제 경착륙에 대한 시장의 공포가 치솟았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역시 앞선 행사 발언 등을 통해 금리 인하 신호를 보내왔다. 그는 지난달 23일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연은) 주최로 열린 경제 심포지엄 잭슨홀 미팅에 참석해 “통화정책 조정 시기가 도래했다”고 말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확실시 되는 상황에서 시장은 오히려 금리인하 그 자체보다 금리인하 ‘폭’에 대해 더 큰 관심을 가져왔다.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이 0.25%포인트를 인하하는 ‘베이비컷’에서 그칠지, 아니면 0.5%포인트를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할지를 두고 수주 째 갑론을박을 벌였다.
베이비컷 지지론자들은 미국 경제에는 인플레이션 상승 불씨가 여전하며 최근의 고용지표 악화는 과열됐던 시장이 정상화되는 과정일 뿐이라는 입장이었다. 반면 빅컷 지지론자들은 이미 미국 경제는 침체가 시작됐기 때문에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특히 월가 전문가들은 현 미국 경제에는 공격적 대응이 필요하며, 연준이 0.5%포인트를 인하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예상해왔다. 실제 이날 성명에는 미 고용상황에 대한 연준의 우려가 드러나는 표현들이 담겼다. 지난 7월 발표 때 ‘고용증가가 완화됐다(moderated)’라는 표현은 ‘고용 증가가 둔화됐다(slowed)’라는 표현으로 바뀌었고, 연말 실업률 전망도 4.4%로 지난 전망치(4.0%)보다 크게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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