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수년 전 헝가리에 국제 삐삐업체로 위장할 회사 세워”
“삐삐, 헤즈볼라에는 ‘통신 보안용’-이스라엘에는 ‘폭발 버튼’”
17일(현지 시간) 친(親)이란, 반(反)이스라엘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근거지인 레바논 전역과 인근 시리아에서 동시다발로 폭발한 ‘무선호출기(삐삐)’가 이스라엘이 세운 ‘유령회사’에서 제조된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삐삐 폭탄’ 수천 개 동시 폭발 사고로 인해 최소 12명이 숨지고 2800여 명이 다쳤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폭발 공격에 대한 브리핑을 받은 12명의 이스라엘과 미국의 전‧현직 국방 및 정보당국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공격의 배후에 있고, 이 작전은 장기간에 걸쳐 복잡하게 진행됐다”고 전했다.
NYT에 따르면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수장인 하산 나스랄라가 무선호출기 사용을 확대하기로 결정하기 전부터 이스라엘은 국제 무선호출기 생산업체로 위장할 유령회사를 설립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헤즈볼라는 올 들어 수천 개의 무선호출기를 대만 통신기업 ‘골드아폴로’로부터 구입했다. 골드아폴로는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 본사를 둔 ‘BAC 컨설팅’과 계약을 맺어 무선호출기를 생산했다. NYT는 이스라엘 정보장교 3명을 인용해 “BAC는 이스라엘 전선의 일부였다. 이 외에도 무선호출기를 만든 공장의 실제 운영자 신원을 감추기 위해 최소 두 개의 유령회사가 더 만들어졌다”고 전했다.
BAC는 평소 눈속임을 위해 일반 고객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호출기를 제작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고객은 헤즈볼라뿐이었다고 한다. 3명의 정보장교에 따르면 헤즈볼라의 주문이 들어오면 이 공장에서는 무선호출기에 강력한 폭발성 물질인 PETN이 내장된 배터리를 넣어 제조했다. 이른바 ‘폭탄 삐삐’를 만든 것이다.
무선호출기는 2022년 여름 레바논으로 소량 배송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헤즈볼라 수장인 나스랄라가 도‧감청, 해킹 우려를 이유로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못하게 한 뒤 BAC의 생산량이 빠르게 증가했다.
이스라엘이 정적의 휴대전화를 해킹해 원격으로 마이크와 카메라를 작동시켜 감시하는 새로운 수단을 확보했다는 동맹국들의 보고는 나스랄라의 공포를 더욱 부추긴 것으로 알려졌다. 나스랄라는 헤즈볼라 요원들의 회의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했을 뿐만 아니라 헤즈볼라의 움직임과 계획에 대한 세부사항을 휴대전화로 절대 전달하지 말라고 명령했다. 이에 헤즈볼라 장교들은 항상 무선호출기를 휴대해야 하며, 전쟁이 발발하면 전투원들에게 어디로 가야 할지 알려주는 데 호출기를 사용하라고 명령했다.
NYT는 3명의 정보장교를 인용해 “이스라엘은 이 기술을 개발하는 데 수백만 달러를 투자했으며, 헤즈볼라와 그 동맹국들 사이에서 암호화된 메시지앱을 포함한 어떤 휴대전화 통신도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소문이 퍼졌다”고 전했다.
2명의 미국 정보국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여름 레바논으로의 무선호출기 배송이 크게 늘었고, 수천 대가 헤즈볼라 장교와 그 동맹군에게 배포되었다고 한다.
NYT는 “헤즈볼라에게 무선호출기는 방어용이었지만 이스라엘 정보장교들은 이 호출기를 때가 무르익었을 때 누를 수 있는 ‘(폭발) 버튼’이라고 불렀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이 그 버튼을 작동시킬 순간이 17일이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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