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전자 등 수출 증가 기대… “산업 경쟁력 확보 우선” 지적도[글로벌 포커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9월 21일 0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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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 시대 저무나… 엔 강세 내심 반기는 한국
최대 수출 경쟁국 日 엔고 흐름에… 국내 제조업 분야 가격 경쟁력 올라
中-대만 등도 경쟁국으로 급부상… “환율 수혜보다 산업 R&D 투자를”

일본 엔화의 강세는 일본과 여러 품목에서 경쟁하는 한국 주요 기업의 수출에는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일본보다 높아지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이어진 ‘슈퍼 엔저’는 한국 수출기업을 옥죄는 요소로 작용했다.

일본이 한국의 최대 수출 경쟁국이라는 점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와 주요국의 제조업 수출경합도는 일본이 0.647로 1위였다. 미국(0.643), 중국(0.581), 독일(0.578)보다 높았다. 이 수치가 1에 가까울수록 두 나라의 수출 구조가 유사해 경쟁이 치열하다는 점을 의미한다. 향후 엔 강세가 이어질 경우 많은 수혜를 누릴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의 산업 분야 역시 양국의 경쟁이 치열한 자동차, 전자제품 등 제조업 분야로 꼽힌다.

다만 일각에서는 엔 가치 변동이 과거보다는 한국 수출에 적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세계 시장에서 양국이 경쟁하는 제품군이 줄어들면서 한일 수출경합도는 2011년 0.475에서 2021년 0.458로 하락했다. 환율에 따른 가격경쟁력 변화의 영향력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일본이 세계 시장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고성능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은 최근의 엔 강세에 크게 타격받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른 나라가 넘볼 수 없는 확고한 경쟁력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정형곤 선임연구위원은 “일본과 미국이 이 분야의 많은 품목에서 여전히 세계 시장 점유율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단기간에 대체가 불가능한 제품이 많다고 말했다.

진짜 한국이 신경 써야 할 상대는 일본이 아니라 대만, 중국 등 다른 경쟁국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경협이 지난달 공개한 ‘동아시아 4개국(한국·일본·중국·대만) 수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자동차와 전자기기의 수출액은 각각 중국과 대만에 추월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대만의 전자기기 수출은 2013년보다 80.7% 늘었다. 같은 기간 한국은 26.4%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중국의 자동차 수출액은 228.8% 급증했지만 한국은 26.2% 늘어났을 뿐이다. 한경협은 최근 10년간 한국과 중국이 특히 반도체, 자동차, 기계산업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대 교수는 기축 통화인 ‘엔’을 보유한 일본과 달리 한국은 비(非)기축통화국이라는 점을 거론했다. 방향성 예측이 어렵고 특정국 정부와 기업이 좌지우지하기 어려운 환율 변동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진정한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미다. 그는 “정부는 핵심 산업의 연구개발(R&D) 투자 지원 강화, 보조금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고 기업 또한 전반적인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수출 증가#엔 강세#산업 경쟁력#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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