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혁명의 본고장인 영국의 마지막 석탄화력발전소가 9월 30일(현지 시간) 문을 닫으며 142년간 이어진 ‘석탄 시대’가 공식적으로 종말을 맞았다. 1882년 세계 최초로 석탄발전소를 건설한 나라였던 영국이 이번엔 주요 7개국(G7) 중 최초로 탈(脫)석탄에 성공한 것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영국 동부 이스트 미들랜드 노팅엄셔에 있는 랫클리프온소어 발전소는 이날부터 2년간 단계적으로 철거될 예정이다. 1967년 완공된 뒤 57년간 200만 가구와 사업체에 전력을 공급해 온 랫클리프온소어 발전소는 한때 기술직 인력만 3000명에 육박했지만 최근 발전량이 줄어들며 직원도 170명으로 줄었다. 이들은 직원 식당에 모여 발전기가 마지막으로 꺼지는 모습을 실시간 중계 영상으로 지켜볼 예정이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공장 관리자인 피터 오그레이디는 “이 발전소는 한때 지역사회의 가정과 병원에 전기를 공급하는 소중한 자산이었지만, 이제는 해로운 표적으로 여겨진다”라고 말했다. 평생 이곳에서 일해온 수석 전기기술자 크리스 베넷은 미 워싱턴포스트(WP)에 “한창땐 밤새 불을 켜고 이중 교대근무를 했다”라며 “끝이 왔다는 것은 슬프지만, 환경을 생각하면 기뻐할 일”이라고 말했다.
석탄 발전은 18세기부터 20세기 말까지 영국 산업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이었다. 1980년대 초에는 석탄 발전이 영국 전체 발전량의 80%를 차지했다. 영국은 한때 전 세계 석탄의 85%를 생산하는 나라이기도 했다. 오염물질로 대기가 안개 낀 듯 뿌옇게 변한 상태를 일컫는 ‘스모그’라는 용어도 영국에서 만들어졌다. 기후 웹사이트 카본 브리프는 “랫클리프온소어 같은 2기가와트 규모의 발전소가 완전히 가동될 경우 연간 이산화탄소를 1500만 톤 배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기후 위기가 대두되면서 영국은 2015년 석탄발전소를 10년 안에 폐쇄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전체 발전원에서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에는 40%였지만 지난해 1%로 급감했다. 영국은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떨어뜨리기 위해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비중을 높이고 있다.
마이클 섐크스 영국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석탄 시대는 끝나고 있지만, 좋은 에너지 산업의 새로운 시대는 막 시작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의 다국적 에너지 회사 중 하나이자 랫클리프온소어 발전소를 소유한 독일 에너지기업 유니퍼는 “발전소 부지를 탄소 중립 에너지 허브로 탈바꿈시키겠다”고 밝혔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영국이 탈석탄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로 “부분적으론 행운 덕분이었지만, 정부의 정책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했다. 1970년대 이후 북해에서 풍부한 석유와 천연가스가 발견된 데다, 정부도 해상풍력과 재생에너지 등을 정책적으로 장려함으로써 다른 G7 국가들보다 빠른 기간 안에 극적인 변화를 이뤄냈다는 것이다.
에너지 전문 싱크탱크인 엠버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27개국은 2030년 말까지 석탄 발전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석탄 발전 비중은 여전히 커서 미국 전력의 18%, 독일 전력의 25% 이상, 일본 전력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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