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일본 총리에 오르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자민당 신임 총재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를 ‘나라의 적’이라고 비판했던 의원을 내각 요직에 발탁했다. 지난해 파벌 비자금 스캔들에 연루됐던 옛 ‘아베파’ 소속 의원들은 아무도 조각에 포함되지 않았다. 총재 선거에서 맞붙었던 경쟁자들에 당 간부직을 제안했으나 거절당해 자민당 내에서 분열 조짐이 보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시바 총재는 30일 기자회견에서 “여러 조건이 갖춰지면 중의원(하원)을 해산하고 10월 27일 총선을 치르겠다”고 밝혔다. 애초 신중히 나설 생각이었지만 “취임 기대감으로 지지율이 올라갔을 때 해산해야 이긴다”는 건의를 받아들여 이례적으로 총리 공식 취임 전에 총선일부터 못 박았다. 한편 이날 일본 주식시장에선 이시바 총재의 총리 취임 뒤 발생할 수 있는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로 주가가 4% 넘게 하락하는 ‘이시바 쇼크’가 나타났다.
● 아베 공개 비판 ‘비주류’ 장관 내정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시바 총재는 신임 총무상으로 무라카미 세이이치로(村上誠一郎) 전 행정개혁상(72)을 내정했다. 12선 베테랑이지만 2005년 행정개혁상을 끝으로 장관이나 당 요직에 이르지 못한 채 평의원에 머물렀다. 아베 전 총리 피살 후 국장(國葬) 거행 논란이 불거진 2022년 9월에 “아베는 재정, 외교를 엉망진창으로 만든 국적(國賊)이기 때문에 국장에 불참할 것”이라고 했다가 당원권 1년 정지 처분을 받은 적도 있다.
외교 담당인 외상으로 내정된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전 방위상도 비주류 온건파다. 2018년 일본 자위대 초계기 위협-레이더 논란이 벌어진 이듬해, 정경두 당시 국방부 장관과의 한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웃는 얼굴로 악수를 했다는 이유로 자민당 보수 강경파 의원들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았다. 결국 재임 1년도 못 채우고 낙마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의 최측근인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은 유임됐다. 또 다른 옛 기시다파 소속인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전 방위상은 당 요직인 정무조사회장으로 임명됐다. 2차 투표에서 이시바 총재를 지지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는 부총재,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전 환경상은 선거대책위원장으로 당 요직에 지명됐다.
반면 이번 총재 선거 결선에서 패배한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경제안보상은 당 총무회장직을 제안받았으나 고사했다. 다카이치 경제안보상은 주위에 “(자민당 ‘넘버2’인) 간사장 말고는 안 맡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재 선거 초반에 선전했던 ‘아베 키즈’ 고바야시 다카유키(小林鷹之) 전 경제안보상도 당 홍보본부장 기용 제안을 거절했다. 이들은 이번 선거에서 보수 강경파의 지지를 받았다.
요미우리신문은 “이시바 총재가 옛 아베파에게 따돌림당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정권이 출범하기도 전에 분열이 노출된 만큼, 27일 총선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단번에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이시바 쇼크’ 주가 4% 넘게 하락
이날 일본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평균주가는 전날보다 4.8% 하락한 3만7919.55엔에 장을 마쳤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자민당 총재 선거 다음날 거래로는 1990년 이후 가장 큰 하락률”이라고 전했다.
일본 경제계는 이시바 총재가 금융 투자자와 기업에 대한 과세를 강화할 의지를 내비쳐온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시바 총재는 총재 선거 기간 중 금융소득 과세 강화에 대해 “실행하고 싶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가 취임 초 추진했다가 흐지부지된 금융소득세 개편에 대해서도 “후퇴한 감이 있다. 부자들이 해외로 나간다는 이유로 억누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주식 양도차익에 일률적으로 20%의 세율을 부과한다. 금액에 따른 누진세가 아니어서 고소득자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구조다. 다만 주가 하락으로 시장의 우려가 드러난 만큼, 이시바 총재가 과감한 개혁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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