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發 중동 확전]
1970년대 금융-문화 중심 베이루트
헤즈볼라 잇단 전쟁에 인프라 파괴
정치 혼란에 대통령 2년간 못 뽑아
레바논은 중동에서 보기 드문 다종교 국가다. 1970년대 중반까지 중동의 금융, 교육, 문화 중심지였던 수도 베이루트는 한때 ‘중동의 파리’로 불릴 만큼 개방성이 높은 도시였다. 또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에 유럽과 중동 문화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건축물로 유명해지면서 관광 산업도 발달했다.
하지만 1975∼1990년 내전이 발발하고 인접국의 패권 다툼에도 휩쓸리며 ‘중동의 화약고’로 전락했다. 최근에는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충돌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다.
종교는 레바논 사회의 주요 갈등 원인이다. 미국 국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약 530만 명인 레바논 국민의 종교 비율은 이슬람 시아파 32.2%, 수니파 31.2%, 기독교 30.5% 등이다. 기독교의 경우 마론파, 그리스 정교, 개신교 등으로 나뉘어 있다. 레바논은 종교 갈등을 방지하기 위해 1943년 건국 때부터 종파별로 의회 의석을 배분했다. 대통령(기독교), 총리(수니파), 국회의장(시아파) 등 주요 직책을 나눠 갖는 독특한 정치 체제를 채택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탄압을 피하려는 팔레스타인 난민이 대거 레바논으로 유입되면서 아슬아슬한 균형이 깨지기 시작했다. 15년간의 내전 또한 기독교도 민병대와 팔레스타인 난민의 갈등이 주요 원인이었다.
19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에 맞서 헤즈볼라가 출범하면서 상황은 더 악화됐다. 헤즈볼라는 ‘시아파 맹주’ 이란의 전폭적 지원 속에서 급성장했고 이스라엘과 계속 충돌했다. 2006년 ‘34일 전쟁’ 때는 공항, 통신 시설, 물류 인프라 등이 대거 파괴됐다.
경제 역시 파탄 일로를 걸었다. 레바논파운드화 가치가 급락하고 실업률이 치솟았고, 2020년 8월 발생한 베이루트 항구 폭발 사고로 그해 경제가 ―21.4% 역성장했다.
정치권도 친헤즈볼라와 반(反)헤즈볼라 세력으로 쪼개졌다. 2022년 10월 임기가 종료된 친헤즈볼라 성향 미셸 아운 전 대통령의 후임자는 2년째 선출하지 못하고 있다.
국립레바논대 사회학 박사인 이경수 한국외국어대 중동연구소 전임연구원은 “레바논 사람들은 장기간의 정치 불안과 경제난으로 지쳐 있고, 계속되는 이스라엘의 공습에 대한 두려움으로 패닉에 빠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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