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200발에 1명 사망’…이란 공격 성적표 의미는?

  • 뉴시스(신문)
  • 입력 2024년 10월 2일 15시 34분


‘아이언 돔’ 등 이스라엘의 다층 방공망 효과 다시 입증
이란 지도부도 서로 불신하게 할 이스라엘의 정보망 침투
공습 단행에 ‘대통령 패싱’하는 이란 지도부의 분열상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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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국영 TV는 1일(현지시각) 이스라엘로 발사된 미사일이 200발이라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이 “이란으로부터 미사일 181발이 발사됐다”고 발표한 것보다 많은 수치다.

지금까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알려진 이스라엘측 인명 피해는 요르단강 서안 지구에서 요격된 미사일 파편을 맞아 팔레스타인인 사망자 1명과 이곳의 4명 등을 포함한 수명의 부상자에 불과하다.

지난 4월에도 이란은 탄도·순항미사일과 드론 300대 이상을 날려 보냈으나 10대 소녀 한 명이 머리에 부상을 입은 것이 전부였다.

이스라엘과의 거리 2100km를 날아오는 미사일 200기를 시위용으로 발사한 것이 아니라면 ‘1명 사망, 수 명 부상’이라는 결과는 공습이라는 말이 무색한 초라한 성적표일 수 밖에 없다.

이러한 결과로 나타난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에는 몇 가지 함의가 담겨 있다.

◆ 다시 한 번 확인된 이스라엘의 다층 방공망

이란의 1일 미사일 공습에서 이스라엘이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아 다층 방공 체계가 다시 한 번 제 몫을 톡톡히 해냈음을 보여줬다.

이스라엘은 항공기나 전략 군사자산, 공군 전투능력, 방공체계 등에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다. 도시에 요격된 미사일이 떨어져 화재가 발생하고, 낙하한 파편 피해가 발생한 정도다.

이스라엘은 거리와 고도가 짧은 순으로 ‘아이언 돔’ ‘다비드의 돌팔매’, ’애로우 시스템’ 등 그야말로 여러 겹의 방어막을 치고 있다.

‘스파이더’나 이스라엘판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로 불리는 ‘애로우 2,3 시스템’ 등으로 더 세분화하면 5층 혹은 7층의 방어막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11년 도입된 ‘아이언 돔’은 단거리 로켓과 드론을 요격하는데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다. 이스라엘에는 최소 10개의 아이언돔 포대가 설치되어 있으며 각 포대에는 20개의 요격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3∼4개의 발사대가 설치되어 있다.

◆ 이스라엘의 치밀한 정보망

이란이 미사일을 발사하기 전 미국과 이스라엘은 3시간 전에 이를 포착하고 대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의 칼럼리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이스라엘 정보원들을 인용해 ‘이스라엘 시각 오후 7시반부터 15분 간격으로 두 차례 각각 110발의 탄도 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의 글과 실제 공격 내용과는 차이는 있지만 시간과 발사량이 엇비슷했다. 이란의 발사 미사일 발사 정보가 사전에 누출된 것임을 보여준다.

NYT는 이 같은 정보 유출은 공격을 무력화할 뿐만 아니라 이란 지도부 내부에서 ‘누가 스파이인지’ 불신도 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7월 31일 하마스 최고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가 테헤란의 혁명수비대 관할 귀빈숙소에서 살해된 것도 이란으로서는 ‘정보 보안의 실패’ 사례다.

이스라엘이 지난달 17일과 18일 호출기와 무전기 동시 폭발 공격을 한 것도 헤즈볼라 조직원이나 지도부가 사용하는 통신기기의 생산 유통 체인을 파악하고 파고든 정보력이 바탕이 됐다.

더욱이 지난달 27일 헤즈볼라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의 거처와 동선을 정확히 파악해 폭격해 살해하는 등 헤즈볼라 고위 지도자에 대한 잇단 암살이 성공한 것도 조직에 파고든 정보망 덕분에 가능했다.

◆ 이란은 내부 분열, 이스라엘은 내외 단결과 공조

NYT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대한 공습 사실을 미사일이 발사되기 직전 알았다며 지도부 사이에 이견과 균열이 있다고 전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 패싱’이 사실이라면 내부적 이견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타국에 대한 전쟁 초기 조치가 이뤄질 정도로 지도부가 분열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공격 직후 성명에서 이스마일 하니야 하마스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지도자, 압바스 닐포루샨 IRGC 부사령관 사망에 대한 대응이라고 밝혔다.

지난 4월 13일 공습이 그 달 1일 이스라엘이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공습해 IRGC 간부 등이 숨진 것에 대한 보복이었다.

IRGC로서는 지난 7월 31일 하니야의 피살에 대한 보복 대응도 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연이은 굴욕을 참기 어려웠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헤즈볼라 지도부를 괴멸시키고, 레바논 남부까지 진격에 들어가면서 기세를 올리고 있다. 미국은 항모와 항공 전력 뿐 아니라 병력까지 증파하면서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오랜 경제 제재와 코로나19 이후 경기 침체, 점차 높아지는 민권 의식 등 민심 동향도 심상치 않다. 개혁 온건파인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당선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란 외무부가 “이스라엘이 추가 보복하지 않으면 상황을 더 키우지 않으려고 하는 것도 이런 속내 때문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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