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 시간) 이틀 전 이란의 탄도미사일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이 보복 차원에서 산유국 이란의 석유 시설을 공습하는 방안을 이스라엘 측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발언으로 같은 날 미 뉴욕 상업거래소의 11월 인도분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도 5% 넘게 올라 한 달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유가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CNBC 등에 따르면 일부 원유 전문가들은 이스라엘과 이란의 교전이 장기화하면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급등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앤드루 베일리 영국중앙은행(BOE) 총재 또한 중동 긴장 고조로 1970년대식 ‘오일쇼크’(석유 파동)가 발발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또한 이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신정일치 국가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는 4일 수도 테헤란에서 지난달 27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진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전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의 장례식을 주재했다. 이슬람 휴일인 금요일에 열린 이날 행사에서 하메네이는 사흘 전 이스라엘 공습이 나스랄라 사망에 대한 “최소한의 처벌”이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필요하면 이스라엘을 다시 공격할 것”이라고 했다. 하메네이의 금요 예배 집전은 2020년 1월 미국에 암살된 가셈 솔레이마니 전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장례식 이후 4년 9개월 만이다.
● “유가 200弗-오일쇼크” 우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 시설을 타격하는 것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논의하고 있다(in discussion)”고 답했다. 또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을 허용하느냐’는 질문에는 “이스라엘에 ‘허가’ 하는 게 아니라 ‘조언’ 하고 있다”며 보복을 막기 어렵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발언이 알려진 후 WTI,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가격은 각각 전일 대비 5.15%, 5.03%씩 오른 73.71달러, 77.62달러에 마감했다. 두 가격 모두 한 달 최고치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주요 회원국인 이란은 전 세계 일일 생산량의 약 4%인 하루 최대 40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한다. 특히 이란과 오만 사이의 호르무즈해협은 전 세계 원유의 주요 수송 통로로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상당량 또한 이 해협을 거친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이 이스라엘의 보복에 ‘맞보복’ 하기 위해 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할 경우 전 세계 원유 유통 또한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스웨덴 은행 ‘SEB’의 비야르네 쉴드롭 수석 상품분석가는 CNBC에 출연해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 시설을 공격하면 원유 가격이 배럴당 200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베일리 총재 또한 “상황이 정말 나빠지면 원유 가격 상승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며 오일쇼크를 우려했다.
● 이, 헤즈볼라 새 수장 사피엣딘 암살 시도
이런 전망이 나오는 이유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교전이 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3일 헤즈볼라의 새 지도자로 유력한 하솀 사피엣딘을 겨냥한 공습을 단행했다. 사피엣딘은 나스랄라의 사촌이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사피엣딘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다히예의 지하 벙커에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이후 약 24km 떨어진 곳의 건물이 흔들릴 만큼의 대규모 공습을 단행했다. 사피엣딘의 생사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같은 날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사령관 자히 야세르 압드 알라제크 우피 또한 공습으로 암살했다. 그는 이틀 전 이스라엘 최대 도시 텔아비브에서 팔레스타인 남성 2명이 총기와 흉기를 휘둘러 시민 7명을 숨지게 한 테러의 배후로 꼽힌다. 헤즈볼라 또한 3일 “레바논 남부에서 이스라엘군 17명을 사살했다”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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