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일본 국회의원 선거에 나서는 집권 자민당이 지난해 터진 ‘파벌 비자금 스캔들’에 연루된 국회의원 12명을 공천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했다. 비자금 스캔들을 둘러싼 국민적 비판이 거세다 보니 이들을 공천하면 선거 판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자민당 총재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는 9일 당 선거대책본부회의를 열고 파벌 비자금과 연관이 있는 의원 6명을 총선에서 공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자민당은 앞서 올 4월 당 징계로 ‘당원 자격 정지’ 처분을 받은 6명을 공천에서 제외하기로 해 모두 12명이 공천을 못 받게 됐다. 공천에서 제외된 12명 가운데 11명은 옛 아베파이며, 1명은 아베파와 협력 관계였던 옛 니카이파다.
당 2인자인 모리야마 히로시(森山裕) 자민당 간사장은 “이시바 총리 방침에 따라 각 선거구 상황 등을 자세히 검토한 끝에 내린 결정”이라며 “선거에서 국민에게 다시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모든 후보자가 진지하게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천에서 배제된 의원 대다수가 그동안 자민당 주류였던 보수 강경 옛 아베파 소속이라 향후 당내 분열이 더 증폭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총선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엔 가뜩이나 당내 기반이 약한 이시바 총리의 입지가 더욱 좁아져 정국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 중의원(하원)은 9일 공식적으로 해산되면서 본격적인 총선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자민당은 이와 별도로 징계 수준이 낮은 비자금 연루 의원은 일단 공천은 하되 비례대표 중복 입후보는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40여 명에 이르는 해당 의원들은 중복 입후보를 받지 못할 전망이다.
한국과 달리 일본은 지역구에 출마하며 비례대표에도 중복 입후보할 수 있다. 석패율제를 실시하는 일본에선 지역구에서 낙선한 중복 입후보자가 아슬아슬하게 떨어지면 비례대표로 구제될 수 있다. 사표(死票)를 줄이기 위한 제도로 도입됐지만, 지역구 당선을 장담하기 어려운 거물급 의원이 국회의원직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한편 비자금 스캔들과 함께 자민당을 흔들었던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 유착 문제도 선거를 앞두고 다시 거론되고 있다. 새로 취임한 마키하라 히데키(牧原秀樹) 법무상은 2005년 이후 가정연합 강연과 집회 등에 참석하며 선거 지원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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