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튼을 누르면 수 분 안에 사망에 이르러 ‘죽음의 캡슐’(사진)로 불리는 조력사망기기 ‘사르코’를 운영하는 스위스 단체가 강한 반대에 부딪히며 기기 사용 중단을 선언했다.
6일 AP통신에 따르면 사르코의 판매와 운영을 맡고 있는 조력사망 옹호단체 ‘라스트 리조트’는 이날 “신규 신청자 모집을 중단한다”며 “현재까지 대기 명단에 올라 있는 371명의 조력자살 절차도 당분간 진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올 7월에 처음 공개된 사르코는 출시 기자회견에서 “단돈 18스위스프랑(약 2만8000원)을 내면 영원한 잠을 잘 수 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사람 한 명이 누울 정도의 크기로, 뚜껑을 닫고 버튼을 누르면 질소가 뿜어져 나와 약 5분 안에 질식사한다. 기기 한 대당 가격은 1만5000스위스프랑이며, 개발에 60만 스위스프랑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사용된 건 지난달 23일이 처음이다. 면역 질환을 앓던 64세 미국인 여성이 스위스 메리스하우젠의 숲속에서 사르코를 이용해 목숨을 끊었다.
스위스는 조력자살에 전향적인 국가지만, 이 여성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스위스 정부는 “의료적 효용이 없다”며 사르코의 의료기기 승인 신청을 반려했고, 샤프하우젠 등 일부 지역은 아예 사용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조력자살에 찬성하는 단체들도 “남용 위험이 크다”며 사르코 허용에 반대했다.
하지만 라스트 리조트는 사르코를 사용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했고, 스위스 경찰은 즉각 수사에 착수했다. 또 이 회사의 대표인 플로리안 빌레트는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빌레트는 미국인 여성이 숨질 당시 현장에서 이를 지켜봐 자살을 조장하고 방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스위스는 1942년부터 ‘조력자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불치병을 앓는 사람만 대상이 되고 의사와 2차례 상담하며 숙려기간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스위스 매체 SWI에 따르면 사르코는 50세 이상이 정신건강 진단서만 있으면 사용 신청이 가능해 스위스의 조력자살 제도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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