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칭더 대만 총통 “中, 대만 대표할 권리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0월 10일 15시 11분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10일(현지시각) 대만 타이베이 총통 관저 앞에서 제113주년 쌍십절 국경일 기념 축사를 하고 있다. 2024.10.10. AP/뉴시스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은 10일 대만 건국 113주년을 맞아 “중화인민공화국(중국)은 대만을 대표할 권리가 없다”고 밝혔다. 라이 총통이 올해 5월 취임 이후 강조해온 대만 주권 수호 의지를 재차 천명한 것이다. 라이 총통 연설을 빌미로 중국이 대만을 압박하기 위한 대규모 군사 훈련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미국은 중국을 향해 “(연설이) 군사 행동의 빌미가 될 수 없다”며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라이 총통은 이날 건국절 기념사에서 “중화민국(대만)은 이미 타이·펑·진·마(臺澎金馬·대만 본섬과 펑후, 진먼, 마쭈)에 뿌리를 내렸고, 중화인민공화국(중국)과 서로 예속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 땅(대만)에는 민주적 자유가 왕성하게 자라며 중화인민공화국이 대만을 대표할 권리가 없다”고 덧붙였다. 중국 정부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워 국제 무대에서 대만을 국가로 않는 점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라이 총통은 “대만인들이 대대로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수호해왔다”면서 “이것은 대만 사람들의 공통된 꿈이자 국제사회의 공통된 이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만인들이 버틸수록 세계 민주주주의가 더 강해질 것이라며 대만인들의 단결과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했다.

다만 중국과 협력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라이 총통은 “양안(중국과 대만)이 대등하고 존엄한 상태에서 대화와 교류하자는 약속은 변함이 없다”고 했다. 더 나아가 기후변화 대응과 전염병 예방, 지역 안보 수호 등에 중국과 함께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이날 라이 총통의 연설을 앞두고 연일 대만 정부를 비판해왔다. 중국 대만사무판공실은 차이잉원(蔡英文) 전 대만 총통이 12일 체코 등 유럽국가 방문길에 오르는 것에 대해 “그들이 무슨 말이나 어떤 행동을 하든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사실을 바꿀 수 없다”고 9일 밝혔다. 전날인 8일에도 ‘중국은 대만의 조국이 될 수 없다’는 라이 총통의 발언을 거론하며 “고집스러운 ‘대만 독립’ 태도이자 (양안의) 적대감을 고조시키는 사악한 의도”라고 비판했다.

대만 안팎에서는 중국이 라이 총통의 건국절 기념 연설을 문제 삼아 대만을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은 라이 총통 취임식이 열린 지 사흘 만인 지난 5월 23일 사실상 대만을 포위하는 ‘연합 리젠(利劍·예리한 검)-2024A’을 진행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9일(현지시간)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대만의) 정기적인 연례 기념행사가 (중국의 군사 행동에) 이용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중국과 타이완) 양측에 자제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오랜 규범에 따라 행동할 것을 촉구했다”고 설명했다.

#라이칭더#대만 총통#건국 113주년#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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