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된 해리스의 연락을 ‘읽씹’한 이 사람[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0월 16일 17시 00분


“어떤 신문 보세요” 질문에
한 마디도 못해 창피 당한 VP는 누구
대통령-부통령 케미 알아보니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뉴스레터 신청
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


Hey Tim. It’s Kamala. I really want to talk to you.”
(팀, 카멀라예요. 꼭 통화하고 싶어요)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얼마 전 팀 월즈 부통령 후보의 휴대전화에 이런 부재중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러닝메이트로 결정됐다는 기쁜 소식을 알리려고 전화했는데 월즈 후보가 받지 않은 김빠지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웃긴 사실은 월즈 후보가 전화가 온 것을 알면서도 일부러 받지 않았다는 것. 화면에 뜬 전화번호(caller ID)가 모르는 번호라서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해리스 부통령의 번호는 월즈 후보의 휴대전화에 저장이 돼 있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현대인의 중요한 전화 습관을 알 수 있습니다. 모르는 번호가 뜨면 받지 않습니다. 귀찮은 전화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월즈 후보로부터 자초지종을 들은 해리스 부통령은 박장대소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Nothing is more relatable as not answering the phone because you don’t recognize the caller”(전화 건 사람이 누구인지 몰라 받지 않는 것만큼 공감 가는 일은 없다). ‘relate’의 형용사인 ‘relatable’(릴레이더블)은 공감한다는 뜻입니다. ‘nothing is more as’는 ‘as’ 다음에 나오는 것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 그것이 진리라는 뜻입니다.

월즈 후보의 시골 아재(Midwestern Dad) 감성이 드러나는 에피소드입니다. 체면 불문하고 막춤을 추고, 새끼 돼지를 품에 안고 기뻐하고, 아이들에 둘러쌓인 월즈 후보는 유세 분위기를 띄우는 일등공신입니다. 똑똑하지만 인간미 부족해 보이는 해리스 부통령과 분위기를 잘 띄우지만 정작 중요한 전화는 놓치는 허당끼 넘치는 월즈 후보는 서로 케미가 맞는 ‘티켓’입니다. 티켓은 대통령-부통령 후보를 묶어 부르는 말입니다. 월즈 후보는 성공적인 부통령 후보라는 평가를 받지만, 미국 대선 역사를 보면 실패한 부통령도 많습니다.

2008년 대선 유세를 벌이는 존 매케인 공화당 대통령 후보(오른쪽)와 세라 페일린 부통령 후보(왼쪽). 존 매케인 대선 캠페인 홈페이지


Um, all of ’em, any of ’em that, um, have, have been in front of me over all these years.”
(음, 모든 신문들, 음 오랫동안 내 앞에 있었던 모든 신문들)
2008년 대선 때 공화당 티켓인 존 매케인 대통령 후보와 세라 페일린 부통령 후보는 역사상 가장 실패한 티켓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페일린은 원래 매케인의 ‘퍼스트 초이스’가 아니었습니다. 매케인 후보는 절친인 조 리버먼 무소속 상원의원을 선택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리버맨 의원의 낙태 지지 노선이 공화당 지도부의 반대에 부딪혀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부통령 후보 선정 작업은 난항에 부딪혔습니다.

러닝메이트를 공식 발표해야 하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부랴부랴 알래스카 주지사였던 페일린 후보로 결정했습니다. 전국적으로 거의 알려지지 않은 정치인이었습니다. 매케인 후보는 페일린 주지사를 한번 만나보지도 못한 상태에서 부통령 후보로 결정했습니다. 다행히 페일린 후보의 전당대회 연설은 박수갈채를 받았습니다. 72세 고령인 매케인 후보의 약점을 보완할 매력적인 44세의 여성 부통령 후보로 보였습니다.

언론 인터뷰에서 자질 부족을 드러냈습니다. 준비된 원고를 읽는 연설과 달리 인터뷰는 순발력이 필요합니다. 대(對)러시아 정책을 묻는 질문에 “알래스카에서 러시아가 잘 보인다”라는 답변으로 웃음거리가 됐습니다. 특히 CBS 뉴스 앵커 케이티 쿠릭과의 인터뷰는 유명합니다. “정기적으로 읽는 신문을 말해달라”라는 쿠릭의 질문에 답한 내용입니다. 대통령과 함께 국내외 정세를 꿰뚫고 있어야 하는 부통령 후보가 단 한 개의 신문도 떠올리지 못한 것입니다. 쿠릭 인터뷰가 얼마나 치명적이었는지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만든 것은 쿠릭이라는 농담까지 생겼습니다. 결국, 매케인 선거본부는 페일린에게 언론 접촉 금지령을 내렸습니다. 대선 패배 후 매케인은 페일린과 말도 안 섞는 사이가 됐습니다. 페일린은 나중에 매케인 장례식에도 초대받지 못했습니다.

1968년 대선 유세를 벌이는 리처드 닉슨 공화당 대통령 후보(오른쪽)와 스피로 애그뉴 부통령 후보(왼쪽). 위키피디아
1968년 대선 유세를 벌이는 리처드 닉슨 공화당 대통령 후보(오른쪽)와 스피로 애그뉴 부통령 후보(왼쪽). 위키피디아


With Agnew as Vice President no assassin in his right mind would kill me.”
(애그뉴가 부통령인데 제대로 정신이 박힌 암살범이라면 나를 죽이겠는가)
스피로 애그뉴는 리처드 닉슨 대통령 때 부통령입니다.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물러났을 때 권력 승계 순서에 따라 애그뉴가 대통령이 돼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 자신도 닉슨 대통령이 물러나기 1년 전 부통령직에서 물러났기 때문입니다. 역사상 유일하게 중도 사임한 부통령입니다. 그의 사임은 워터게이트 스캔들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본인의 부정부패 스캔들로 물러났습니다.

애초에 닉슨이 메릴랜드 주지사였던 애그뉴를 러닝메이트로 선택한 것은 남부 지지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애그뉴는 독설가로 유명했습니다. 배짱 있는 인종차별 발언으로 남부 백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습니다. 흑인을 ‘Negro’, 일본인을 ‘Jap’, 폴란드 출신을 ‘Polack’이라고 부르는 것이 예사였습니다.

닉슨은 애그뉴의 도움으로 대통령이 됐지만, 정책 파트너로 대접하지 않았습니다. 충격 발언이 필요할 때나 찾고, 정책 결정 과정에서는 소외시켰습니다. 한번은 주변에서 “애그뉴를 무시할 거면 왜 부통령으로 선택했느냐”라고 물었습니다. 닉슨 대통령의 대답입니다. 암살 표적으로 유용하다는 농담입니다. 2인자를 허용하지 않는 닉슨 대통령의 배타적 성격을 보여주는 일화입니다. ‘in right mind’는 ‘제정신’이라는 뜻입니다. 앞에 ‘no one’과 함께 써서 ‘제대로 정신이 박힌 사람이라면 그럴 리 없다’라는 뜻이 됩니다.

메릴랜드 주지사 시절 건설업자로부터 뇌물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법무부 조사를 받았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닉슨 대통령도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조사를 받는 혼돈의 정국이었습니다. 뇌물 수수가 훨씬 중대한 범죄지만 워터게이트 스캔들에 묻혀 부통령 자진 사퇴로 조용히 해결됐습니다. 워터게이트 스캔들의 최대 수혜자는 애그뉴라는 얘기가 많습니다.

1984년 대선 유세를 벌이는 월터 먼데일 민주당 대통령 후보(오른쪽)와 제럴딘 페라로 부통령 후보(왼쪽). 위키피디아


You people who are married to Italian men, you know what it’s like.”
(이탈리아 남자와 결혼한 사람은 어떤지 알잖아요)
1984년 대선에서 월터 먼데일 민주당 후보는 제럴딘 페라로 하원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택했습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인기에 밀려 열세를 면치 못했던 먼데일 후보는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여성 러닝메이트를 택했습니다. 미국 주요정당 역사상 첫 여성 부통령 후보입니다. 전당대회에서 가난한 이민자의 딸을 주제로 인상적인 후보 수락 연설을 했습니다. “The daughter of an immigrant from Italy has been chosen to run for vice president in the new land my father came to love”(이탈리아 이민자의 딸이 아버지가 사랑한 새로운 땅에서 부통령 후보로 선택됐다). 20세기 미국 100대 명연설에서 56위에 오른 감동적인 연설입니다.

재산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대형 건설업체를 운영하는 남편이 소득신고서 제출을 거부한 것입니다. 배우자 소득신고서 제출은 의무사항이 아니지만 제출하는 것이 관례입니다. 페라로 후보의 변명입니다. 다혈질인 이탈리아 남자들은 이런 문제에 둔감하다는 것입니다. 상대의 동의를 구할 때 쓰는 말입니다. “You know what it’s like.” 이탈리아 커뮤니티가 들고 일어났습니다. 배우자 소득신고 미제출에 인종 비하 발언까지 페라로 후보는 단번에 사랑받는 후보에서 문제 많은 후보로 전락했습니다.

마지못해 남편이 소득신고서를 제출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부부 합산 재산이 400만 달러에 달하고, 요트, 별장 2채, 입주 가사도우미까지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공들여 쌓아 올린 서민 이미지가 깨졌습니다. 재산 문제는 먼데일-페라로 티켓을 침몰시켰습니다. 상대 후보였던 조지 H W 부시(아버지 부시) 부통령의 부인 바바라 여사는 이렇게 놀렸습니다. “Ferraro is $4 million - I can‘t say it - but it rhymes with rich.”(페라로는 재산이 400만 달러나 된다. 대놓고 말은 안 하겠는데 부자라는 단어와 운율이 맞네)

명언의 품격
1992년 대선 유세를 벌이는 빌 클린턴 민주당 대통령 후보(오른쪽)와 앨 고어 부통령 후보(왼쪽). 위키피디아
1992년 대선 유세를 벌이는 빌 클린턴 민주당 대통령 후보(오른쪽)와 앨 고어 부통령 후보(왼쪽). 위키피디아
대통령은 자신과 반대 성향의 부통령을 택하기 마련입니다. 약점을 보완해야 승률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이를 ’balance the ticket’(티켓의 균형을 맞추다)이라고 합니다. 미국 대선 제1의 규칙입니다. 주요 기준은 이념, 지역, 나이 등입니다. 젊은 대통령은 나이 많은 부통령을 찾기 마련이고, 북부 대도시 출신 대통령은 남부 시골 출신 부통령을 선호합니다. 이념적으로 강경한 대통령은 이를 순화할 수 있는 중도 성향의 부통령을 택하는 비율이 높습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린든 존슨 부통령을 택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40대 초반의 매사추세츠 명문가 출신에다 하버드대 졸업장을 가진 케네디 대통령은 50대의 남부 텍사스 지방대 출신의 존슨 부통령을 택해 균형을 맞췄습니다.

1992년 대선에서 이런 전통이 깨졌습니다. 빌 클린턴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자신과 매우 비슷한 앨 고어 부통령 후보를 택했습니다. 우선 나이가 클린턴 45세, 고어 44세로 비슷했습니다. 미 대선 역사상 가장 젊은 티켓입니다. 출신 지역도 둘 다 남부였습니다. 클린턴은 아칸소, 고어는 테네시 출신입니다. 가장 중요한 이념은 민주당 내에서 둘 다 온건파로 분류된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학벌조차 둘 다 아이비리그 출신(클린턴-예일대, 고어-하버드대)으로 비슷했습니다. 쌍둥이라는 평이 많았습니다. “왜 쌍둥이를 뽑았냐”라는 질문에 클린턴 후보의 대답입니다.

We are going to reinforce the ticket rather than balance it.”
(티켓의 균형을 맞추기보다 강화할 것이다)
사실 위험한 전략입니다. 강화되는 쪽은 괜찮지만 그렇지 못한 쪽은 버리는 카드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강화 전략을 택한 것은 1992년 대선이 3자 구도였기 때문입니다. 공화당의 아버지 부시 대통령, 민주당의 클린턴 후보, 무소속의 로스 페로 후보가 출마했습니다. 뚜렷한 선두주자가 없었습니다. 혼전 상황에서는 티켓의 선명성이 중요하다는 것이 클린턴 진영의 논리였습니다. 클린턴 후보는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The key is definition”(핵심은 정의다). 정의를 내릴 수 있을 만큼 색깔이 분명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고어 부통령은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딕 체니 부통령과 함께 가장 강력한 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후부터 대통령-부통령 관계를 규정할 때 ‘balance’(균형)보다 ‘partnership’(협력)이 더 적절한 단어가 됐습니다. 대통령은 설사 위협이 될지라도 자신과 비슷한 성향의 부통령을 택해 2인자로 키우며 상당한 권력을 나눠줍니다. 자신이 권좌에서 내려올 때 대비해 후계자로 키웁니다.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후보 사퇴의 공백을 메우며 곧바로 대선전에 뛰어들 수 있는 것도 평소 바이든-해리스 부통령 관계가 파트너십에 기초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실전 보케 360
TV 토론 후 대화를 나누는 J D 밴스 공화당 부통령 후보 부부(왼쪽)와 팀 월즈 민주당 부통령 후보 부부(오른쪽). ABC 뉴스 홈페이지
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J D 밴스-팀 월즈 부통령 후보의 TV 토론이 열렸습니다. 이번 토론을 두고 ’civil’(시빌)이라는 단어가 자주 나옵니다. ‘시민의’라는 뜻에서 출발해 ‘모범적인’이라는 뜻으로 많이 씁니다. 두 후보가 모범적인 토론을 벌였다는 의미입니다. 차분하게 토론하던 중 월즈 후보의 홍콩 방문 시기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월즈 후보는 과거 유세 때 자주 “중국 톈안먼 사태 때 홍콩을 방문 중이었다”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중국 민주주의의 현장을 가까이서 목격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였습니다. 그런데 언론의 추적 결과 홍콩에 있었다던 시점에 실은 미국에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진행자가 “당시 상황을 설명해달라”라고 요청하자 월즈 후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I’m a knucklehead at times.”
(나는 때로 멍청한 짓을 한다)
‘knuckle’(너클)은 ‘관절’을 말합니다. 관절 부위에 징이 박힌 장갑을 ‘너클 글러브’(knuckle gloves)라고 합니다. 흥분해서 주먹을 꽉 쥐면 관절 부분이 하얗게 됩니다. ‘white knuckle’은 매우 긴장한 상태를 말합니다. ‘head’는 머리를 말하므로 너클헤드는 ‘관절의 머리’라는 뜻이 됩니다. 사람뿐 아니라 기계도 관절이 있습니다. 기계의 두 부분을 이을 때 쓰는 공구를 너클헤드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건 오래된 뜻이고, 요즘은 ‘멍청이’ ‘얼빠진 놈’이라는 뜻으로 더 많이 씁니다. 두 관절을 이어붙여야 할 정도로 멍청하다는 의미입니다. 심한 욕은 아니고 애교 있는 타박 정도로 보면 됩니다.

너클헤드가 멍청이라는 의미가 된 것은 만화에서 유래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군 당국은 군인들이 훈련 중에 해서는 안 되는 멍청한 행동을 만화로 그려 설명하면서 주인공 캐릭터 이름을 ‘Knucklehead’라고 지은 데서 유래했습니다. 월즈 후보가 자신을 멍청이라고 부른 것은 홍콩 방문 시기를 혼동했다는 변명을 하려는 것입니다. 정확하게 홍콩에 간 것은 톈안먼 사태가 종료된 1989년 8월이지만 극적인 효과를 위해 “톈안먼 사태 때 홍콩에 있었다”라고 거짓말을 한 것입니다. 거짓말은 들통이 나게 돼 있고, 창피를 감수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고 전문가들은 말했습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2021년 1월 18일 소개된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 관한 내용입니다. 재임 중 가장 마음고생이 심했던 부통령을 꼽으라면 아마 마이크 펜스 부통령일 것입니다.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맞추느라 고생이 많았습니다. 2021년 1월 6일 의사당 난입사태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앙숙 관계가 됐습니다. 펜스 부통령이 의회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를 대선 승자로 공식 인증하는 것을 막기 위해 폭도들이 의사당으로 몰려간 사건입니다.

▶2021년 1월 18일자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10118/104963197/1

2016년 대선 유세를 벌이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통령 후보(오른쪽)와 마이크 펜스 부통령 후보(왼쪽). 도널드 트럼프 대선 캠페인 홈페이지
미국인들은 부통령을 3대 직무라고 말합니다. ‘thankless’(아무도 고마워하지 않는), ‘useless’(필요 없는), ‘forgotten’(잊혀진). 이렇게 무시당하는 자리지만 최근 트럼프 지지자들이 일으킨 의사당 난입사태로 혼란에 빠진 미국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습니다. 부통령은 상원 의장을 겸하고 있으므로 대선 2개월 뒤 1월 6일 상하원 합동회의를 소집해 최종 개표 결과와 승자를 발표하는 것이 관례입니다. 이 회의에서 펜스 부통령이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를 승자로 발표하는 것을 막으려고 트럼프 지지자들이 폭동을 일으켰습니다.

Trump and Pence have chosen to bury the hatchet after a week of silence, anger and finger-pointing.”
(트럼프와 펜스는 침묵하고 화를 내고 남 탓을 하며 일주일을 보내다가 화해하기로 했다)
펜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거부하고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바이든 승리를 공식 인증했습니다. 이 문제 때문에 사이가 틀어졌다가 일주일 만에 화해했습니다. 진심으로 화해한 것은 아니고 일시적 휴전이었습니다. 손도끼를 말하는 ‘hatchet’(햇칫)은 싸움을 상징합니다. ‘bury the hatchet’(도끼를 묻다)은 과거 미국 원주민들이 싸우다가 휴전할 때 손도끼를 소나무 밑에 묻은 전설에서 유래했습니다. ‘point a finger’는 손가락질하다, 즉 비난할 때 씁니다.

He is a manila envelope taped to a beige wall.”
(존재감 없네)
평소 펜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 뒤에서 장식처럼 서 있는 때가 많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주요 임무였습니다. TV 심야 토크쇼의 단골 조롱 대상이었습니다. 토크쇼 진행자 스티븐 콜베어는 펜스 부통령을 가리켜 “베이지색 벽에 붙여진 마닐라 봉투”라고 비꼬았습니다. 베이지색 마닐라 봉투가 베이지색 벽에 붙어 있으면 있는지 없는지 모릅니다. ‘존재감 무(無)’라는 뜻입니다.

I was running the dishwasher, putting my clothes in the laundry. We’re still waiting for him to return the call.”
(식기세척기도 돌리고 세탁기에 빨래도 넣었다. 나 아직 답신 콜 기다리거든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의사당 난입사태를 촉발한 트럼프 대통령의 권한을 박탈하는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요청하기 위해 펜스 부통령에게 전화했습니다. 수정헌법 25조는 부통령과 내각의 과반이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키고 부통령이 대통령 직무대행을 맡는 조항입니다. 펜스 부통령을 바꿔 달라고 하자 비서는 하염없이 기다리라고 합니다. 집에 있던 펠로시 의장은 집안일을 하며 기다립니다. 비서는 마지막에 “부통령은 전화를 받을 수 없다”라고 답합니다. 펜스 부통령은 펠로시 의장의 전화를 피하는 것으로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거부한 것입니다. 화가 난 펠로시 의장은 지금도 답신 콜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미국대선#대선주자#해리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