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성 강조하는 트럼프, 젊은 남성 유권자에 호소력
오바마 등 “여성 후보에 투표하는 남성 돼 달라” 호소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여성이라는 점 때문에 남성 유권자들이 지지하지 않는다는 우려는 항상 있어왔지만 공개적으로 거론되는 일은 드물었다. 또 해리스 부통령은 선거 캠페인 내내 자신이 여성 후보임을 강조하지 않아 왔다.
그러나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해리스 부통령 지지자들이 남성 유권자들을 향해 만연한 성차별을 극복해 달라고 보다 직접적으로 호소하기 시작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일부에선 여성이 대통령이 된다는 생각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흑인 남성 설득에 나섰다. 배우 에드 오닐은 새로운 광고에서 “여성에게 투표하는 남성이 되라”고 간청했다. 해리스 부통령의 러닝메이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도 히스패닉 남성 유권자를 겨냥해 스페인어로 “해리스를 지지하는 남성(Hombres con Harris)” 슬로건을 강조한다.
럿거스대 미국 여성 정치 센터 소장 데비 월시는 “해리스가 직접 ‘부끄럽지 않느냐’고 말할 수는 없지 않느냐. 다른 사람들이 대신 나서야 하는 이유는 많다”며 “슬프지만 외부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가장 대표적 사례다. 그는 지난 10일 밤 피츠버그에서 유세하면서 해리스 선거 사무실에 들러 일부 흑인 남성 유권자들이 해리스 지지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여성이 대통령이 되는 것을 좋게 보지 않기 때문에 다른 후보를 지지하거나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를 찾는 사람들이 있다. 투표를 하지 않겠다거나 당신을 모욕한 전력이 있는 사람을 지지하겠다고 생각한다면, 그게 힘의 징표나 남성의 상징이라고 보는 거냐? 여성을 깔보는 일이? 그러면 안 된다”고 말했다.
애리조나 주 해리스 부통령 유세에 참가한 흑인 남성 케이스 에드먼슨(63)은 젊은 흑인 남성들이 해리스를 지지할지가 걱정된다고 밝혔다. 그는 아들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해도 세 손자들이 해리스를 지지하도록 설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검사 출신 경력 해리스에 대한 헛소문이 흑인 남성 지지 막아
그는 검사 출신인 해리스에 대한 헛소문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하는 흑인들이 생각보다 많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줄곧 여성들을 비하해 왔다. 이번 주 펜실베이니아 주 리딩의 유세에서 트럼프는 해리스가 ABC 방송 “더 뷰”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을 두고 “해리스가 벙어리라는 것을 깨닫고 있다. 벙어리 대통령이 또 나오면 안 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ABC 진행자에 대해서도 소셜 미디어에 “벙어리 여자”라고 썼다.
트럼프는 젊은 남성들 사이에 인기가 높은 팟캐스트와 인터뷰를 중시해왔으며 지난 여름 공화당 전당대회에 등장할 때는 “남자들의 세계(It‘s a Man’s World)”라는 제임스 브라운 음악과 함께 등단했었다. 레슬링 선수들을 등장시키는 등 전당대회 전체가 남성성을 강조하는 컨셉으로 꾸며졌다.
해리스는 최초의 유색인종 여성 대통령 후보지만 2016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와는 달리 이를 강조하는 일이 없다.
지난 여름의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해리스는 자신의 검사 경력을 강조하면서 미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치명적인 전투력을 가졌다”고 강조했다.
윌시 소장은 “해리스가 당시엔 여성이 최고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데 불편하거나 믿지 않는 사람들을 상대로 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AP 보트캐스트 여론조사에 따르면 2020년 전체 유권자의 53%가 여성이고 남성은 47%였다. 그해 선거에서 남성들은 트럼프를 더 많이 지지했고 여성들은 조 바이든 대통령을 더 많이 지지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여성 대통령을 선출하는 문제는 남성이든 여성이든 핵심 관심 사안이 아니다. 특히 남성들이 여성 대통령 선출이 중요하다고 보지 않는다.
지난해 퓨 리서치 센터 여론조사에서 여성을 대통령으로 선출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이냐를 묻는 질문에 미국 성인의 18% 만이 대단히 또는 매우 중요하다고 답했고 약 64%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거나 전혀 중요하지 않다, 또는 대통령의 성별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 조사에서 남성의 73%와 여성의 57%가 그같이 답했다.
핵심 유권자 층에서 남성들의 해리스 지지가 여성의 지지에 미치지 못한다. 히스패닉 여성의 다수는 해리스를 긍정적으로 보며 트럼프를 부정적으로 보지만 그러나 히스패닉 남성들은 반반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11일 발표됐다.
해리스 선거 캠프는 해리스가 남성 유권자들을 설득하지 못한다는 주장을 반박한다. 그보다는 해리스 후보가 남성 유권자들에게 보다 직접적으로 다가가려 노력하고 있으며 주요 남성 지지자들의 노력을 치하하며 선거 광고도 핵심 스포츠 행사에 맞춰서 내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선거 캠프는 남성성에 직접 호소하기보다 경제 등 핵심 쟁점에서 남성을 설득할 수 있다고 밝힌다.
해리스는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보그” 잡지의 표지 모델로 등장하고 “콜 허 대디(Call Her Daddy)” 팟캐스트에 등장한 반면 인기 흑인 남성 라디오 진행자 샬라마뉴 타 캇이 진행하는 프로에도 출연했다.
해리스 선거 캠프 고위 관계자들은 그러나 트럼프를 지지하는 백인, 히스패닉, 흑인 여성 유권자들이 많다는 점을 우려한다고 시인했다. 그들은 또 트럼프의 유난스러운 “브로(bro)” 문화 강조가 일부 젊은 유권자들 사이에 먹혀드는 것을 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선거 막판 남성 주도 매체에 해리스와 월즈 주지사가 집중 출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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