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소식을 알려준 친구가 제게 ‘이제 너 명예시민이 될 수 있어!’라는 카톡을 보내줬어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서 ‘?’하고 물음표를 보냈더니 바로 노벨문학상 링크를 보내줘 알게 됐습니다. 이 농담이 한국에게 이 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했어요.”
내년 1월 미국에서 출간되는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의 번역가인 페이지 아니야 모리스 씨는 11일 동아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나도 덩달아 셀 수 없는 축하 메시지와 인터뷰 요청을 받고 있다”며 기쁨의 순간을 전했다.
모리스 씨는 브라운대(민족학 및 문예학 학사)와 럿거스대(문예창작 석사)를 거쳐 현재 한국에서 성균관대 비교문화학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인 학생이자 강사이자 번역가이다. 스스로 소설을 쓰는 작가이기도 하다.
2016년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처음 한국과 인연을 맺은 그는 한국어 공부를 위해 번역을 시작했다가 한국 문학에 빠져버렸다. 미국 문학 번역가 협회(ALTA)의 멘토십 프로그램에 지원해 합격한 뒤 여러 한국계 번역가들과 협업하며 한강 외에도 박경리, 장강명, 서장원 작가 등의 작품을 미국에 소개해 왔다.
그는 “한강 작가님의 작품을 번역할 때는 소설이지만 그 안에 ‘시’가 보이고 때로는 ‘그림’이나 ‘영화’도 보인다는 게 가장 인상적”이라며 “어두운 역사나 내면의 갈등을 다룰 때조차 아름다운 순간을 정교하게 담아내는 능력이 작가님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한강과 이메일로 소통해 왔다는 그는 “작가님은 굉장히 꼼꼼한 예술가”라며 “오해를 피하고 의도한 바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분”이라고 전했다.
모리스 씨는 번역 과정에서 염두에 둔 점으로 ‘한글로 된 원문을 읽었을 때 느낀 감정을 영어권 독자들도 비슷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꼽았다. 그는 “작품을 살리기 위해 글의 리듬과 깔끔함에 가장 신경을 많이 썼다”며 “그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딱 맞는 영어 단어와 표현을 찾기 위해 많은 시간을 썼다”고 전했다.
모리스 씨는 “처음 동료 번역가로부터 ‘함께 번역해보자’라고 연락이 와 수락했는데 나중에 그 작품이 ‘작별하지 않는다’인 걸 알고 깜짝 놀랐다”며 “한강 작가님의 작품을 번역해야 한다는게 큰 부담이기도 했지만 이 중요한 소설을 영어로 잘 전달해야겠다는 마음 하나로 작품에 임했다”고 말했다.
모리스 씨는 “앞으로 더 많고 다양한 한국 문학이 세계적으로 번역돼 독자들에게 소개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강 작가님의 시를 비롯해 다른 여러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세계의 독자들이 더 많이 읽고 사랑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단편, 중편, 시, 수필, 희곡 등 모든 것이 출판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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