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전기로도 ‘식용 단백질’을 만들 수 있습니다. 탈(脫)탄소 기술이 에너지 산업에만 적용된다고 여기지만 핀란드는 이를 식품업계로 확대해 식용 단백질을 만듭니다.”
3일(현지 시간) 핀란드 수도 헬싱키 인근 반타에 위치한 식품공학 기업 ‘솔라푸드(Solar Foods)’를 찾았다. 파시 바이니카 솔라푸드 최고경영자(CEO)가 한국, 일본, 유럽 등 세계 곳곳에서 온 십여 명의 취재진에게 수소 기술을 활용한 단백질 생산 시설을 소개했다.
솔라푸드는 ‘솔레인(solein)’이라는 단백질 가루를 만드는 회사다. 고기, 콩 등 동물 및 식물성 단백질이 아니라 공기, 물, 전기를 통해 식용 단백질을 만들어 전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전기로 물을 산소와 수소로 분해하고, 이렇게 얻은 수소를 이산화탄소와 결합시켜 노란색의 단백질 가루를 만드는 것이다.
솔라푸드 측은 이런 과정을 통해 생산한 단백질이 동물을 사육하거나 식물을 수확하는 것보다 훨씬 친(親)환경적이라고 주장한다. 이산화탄소는 ‘탄소포집 및 활용 기술’(CCU)을 이용해 공기중이나 산업 공정 과정에서 배출된 것을 채집하고, 전기는 재생에너지를 활용하기 때문에 탄소 배출량과 물 소비량이 적다는 것이다. 바이니카 CEO는 “솔레인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 배출량은 육류 생산의 100분의 1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니카 CEO는 또한 “단백질 가루는 시작에 불과하다. 우유나 달걀 같은 단백질을 생산하도록 미생물을 코딩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수소 기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제품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솔라푸드는 해당 기술로 유럽연합(EU)의 ‘유럽공동이익 중요프로젝트’(IPCEI)’에 의해 ‘청정수소기업’으로 선정돼 연간 3400만유로(약 50억 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EU는 2030년까지 1000만톤의 그린 수소를 역내 생산한다는 목표를 두는 등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해 수소에 집중하고 있다.
핀란드는 EU보다 15년 빠른 2035년을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수소 기술, 재생에너지, CCU 등의 분야에서의 녹색 전환 프로젝트에 우선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솔라푸드는 핀란드 경제부 산하 무역 대표부에서도 430만 유로를 지원받았다.
또한 2035년까지 연간 친환경 그린 수소 300만톤 생산, EU내 수소 생산 10% 달성을 위해 정부와 산업계가 적극 나서고 있다. 핀란드 기업 하카마이트는 올해 최근 코콜라에 유럽 최대 규모의 메탄 열분해 방식의 수소 공장 착공에 나섰다.
핀란드는 화석 연료를 친환경 연료로 바꾸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국립연구소 ‘VTT 기술센터’는 전기 분해로 얻어진 수소에 이산화탄소와 질소 등을 합성한 친환경 연료 ‘E-fuel’, 나무 등을 원료로 사용해 100% 생분해 가능한 포장재 등을 개발 및 상업화를 위한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VTT 기술센터는 다양한 대학과 산학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솔라푸드 역시 라페란타 기술대학과 VTT 기술센터의 공동 프로젝트에서 출범한 회사다. 바이니카 CEO는 “아이디어를 떠올리자마자 곧장 사업을 추진하는 구조가 정착됐다”며 “개방적이고 다양성을 중시하는 핀란드의 문화가 기업 혁신의 토양”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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