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의원(하원)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거가 15일 후보 등록을 시작으로 12일간의 레이스에 돌입했다.
집권 자민당은 연립여당 공명당과 합해 전체 465석의 과반수인 233석 이상을 얻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은 자민당의 아킬레스건으로 부각돼 온 파벌 비자금 문제를 집중적으로 추궁하며 자민·공명 연립정권 과반수를 무너뜨려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번 총선이 1일 출범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정권에 대한 신임을 묻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자민당 단독 과반 확보에 실패할 경우 가뜩이나 기반이 약하고, 지지율도 낮은 이시바 정권에 대한 견제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이시바 정권이 단명(短命)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465명 국회의원 27일 투개표 선출
27일 투개표가 이뤄지는 이번 일본 총선에서는 전국 289개 소선거구(지역구)와 11개 권역 비례대표(176석)를 합쳐 465명의 국회의원을 뽑는다. 9일 중의원 해산 전 기준으로 자민당(258석)과 공명당(32석)은 290석으로 모든 상임위원회 위원장 및 각 상임위 과반 확보가 가능한 ‘절대 안정 다수’를 확보했다.
전국에서 1200여 명의 후보가 출마한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은 공식적으로는 연립여당 공명당과 합쳐 과반 확보를 목표로 내세웠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자민당 단독으로 과반 확보가 가능할지 여부를 승패 기준으로 보고 있다. 3년 전 총선보다 26석 이상 의석을 잃으면 단독 과반에 실패한다.
당내 비주류로 지지 기반이 약한 이시바 총리는 조기 총선을 통한 국정 운영 주도권 확보를 위해 승부수로 이달 9일 중의원을 해산했다. 일본에서 국회 해산은 총리 전권 사항이다. 이 때문에 총리 취임 직후 국민적 주목도와 지지율이 높아지는 초기에 국회를 해산해 총선을 치르고 선거에서 이겨 국정 운영에 필요한 기반을 다지는 경우가 많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총리도 2021년 10월 취임 후 1개월도 안 돼 중의원을 해산했고, 총선에서 압승해 집권 토대를 다졌다.
● 자민당 절대 1강 압승 흔들릴 수도
총리 취임 후 높아진 인기를 등에 업고 중의원을 해산해 총선에서 승리하는 자민당의 오랜 공식이 이번에도 통할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12월 불거진 ‘파벌 비자금 스캔들’ 이후 자민당에 대한 일본 유권자의 시선은 부정적이다. 자민당에 대한 비판 여론이 ‘새 총리 효과’로 누그러지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많다.
교도통신이 12~13일 1264명을 상대로 진행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5.2%가 투표할 때 비자금 사건을 ‘고려하겠다’고 응답했다. 이시바 총리는 민심을 달래기 위해 비자금 스캔들 연루 의원 12명을 공천에서 배제하고 석패율제에 따른 소선거구 출마 후보의 비례대표 중복 입후보를 최대한 배제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이시바 총리에 반대하는 ‘아베파’ 배제라는 반발이 나왔다. 또 유권자들 사이에선 처분이 너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총리 취임 이후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미일 주둔군 지위 협정 개정 등 비주류 시절 강조했던 이른바 ‘이시바 표 정책’에 대해 목소리를 낮추면서 신선한 이미지가 오히려 퇴색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로 이시바 총리의 취임 뒤 지지율은 하락세다. 교도통신 여론조사에서 이시바 내각 지지율은 42.0%로, 이달 초와 비교해 열흘 남짓 만에 8.7%포인트나 하락했다. 이시바 총리는 선거 판세에 대해 “매우 엄중하다고 인식하고 있다”며 “온 힘을 다해 연립 정권 과반수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자민당 절대 1강 압승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속내를 내비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시바 총리는 15일 후쿠시마현에서 가진 첫 연설에서 “다시는 비자금 문제가 불거지지 않도록 깊은 반성을 하며 선거에 임하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같은 날 입헌민주당의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대표는 도쿄 거리 연설에서 “이번 해산은 비자금 은닉 해산이다. 국민의 분노를 전하기 위해 비자금 연루 의원 선거구를 돌겠다”며 공세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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