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를 약 두 달 앞두고 계란과 설탕에 이어 버터 가격까지 급상승하면서 유럽 제빵업계에서 ‘크리스마스 케이크 특수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소수의 식품 대기업들이 크리스마스 케이크 생산에 필요한 버터를 공격적으로 확보하면서 소규모 빵집과 제빵업체들의 ‘버터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14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유럽연합(EU) 내 버터가격은 전년동기 84%나 올랐다. 버터 1t당 8706달러(약 1187만 원)로 유럽에서 역대 가장 비싼 버터 가격이었다. 대부분의 유럽 나라에선 11월부터 다양한 크리스마스 행사가 열리고, 이 때부터 연말까지 크리스마스 케이크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폴 브아뱅 프랑스 제빵·제과연합(FEB) 이사는 “식품 업계의 대기업들은 크리스마스 케이크 생산에 필요한 버터를 마련했지만 소규모 제빵업체들은 그렇지 못하다”며 “제빵업계에서 버터 가격 급상승으로 인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버터 가격 상승세는 유럽 외 지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올 여름 기록했던 최고가보다는 살짝 떨어졌지만, 호주와 뉴질랜드의 버터 가격 역시 전년 동기보다 높다. 이번달 미국 농무부 역시 버터 1파운드(0.45kg)당 예상가를 지난해보다 15% 높인 3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전문가들은 버터에 대한 수요는 꾸준한 반면, 우유 생산이 줄어든 것을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와 사료 가격이 비싸진 데다가, 엎친데 덮친 격으로 가뭄, 홍수와 같은 이상기후 현상이 잦아지면서 낙농업계가 큰 피해를 봤기 때문이다. 낙농업계에서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최근 몇년간 젖소 수를 꾸준히 줄여왔다.
유가공업체들이 버터보다 수익성이 좋은 치즈 등 다른 가공식품 생산에 주력하고 있는 것도 버터 부족 현상의 원인으로 꼽힌다. EU 자료에 따르면 올 여름 기준 EU에서 생산된 치즈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2% 늘었지만 버터는 1.6% 감소했다.
뉴질랜드 ANZ은행의 수잔 킬스비 분석가는 “높은 버터 가격을 안정화시키려면 농가들이 우유 생산량을 늘려야 한다”며 “유의미한 가격 하락이 나타나기 까지는 수개월이 더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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