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의 주요 관광대국이자 ‘맥주의 나라’로도 유명한 체코 수도 프라하가 만취 관광객들에게 빗장을 걸었다. 최근 프라하 시의회는 여행가이드가 동행하는 단체 관광객들의 심야 ‘술집 순례(Pub Crawl)’를 전면 금지하는 조례안을 통과시켰다고 AFP통신 등이 15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프라하 도심 역사지구에서는 다음 달 1일부터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단체 술집 순례가 전면 금지된다.
지리 포스피실 부시장은 AFP통신에 “프라하는 하룻밤 만취하려는 관광객이 아니라 교양있는 관광객을 원한다”고 말했다. 당국은 몇몇 관광객들의 만취와 무질서한 행동으로 청소인력 및 경찰력이 고갈됐다며 술집순례 금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도 상당하다. 한 주민은 영국 더타임스에 넘쳐나는 관광객으로 만성적인 소음공해에 시달리고 있다며 “건강이 다 망가졌다”고 불만을 표했다. 체코 호텔요식업회 바클라브 스타렉 회장도 일부 관광객의 술집 순례 금지가 매출에 큰 타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이번 조치를 반겼다. 그는 “개인들에게 술을 마시지 말라는 게 아니라 매일 밤 이어지는 단체 술집 순례를 원치 않는다”고 했다.
‘술집 순례’는 프라하의 대표적인 관광 상품이다. 한 관광업체는 홈페이지에서 “365일 펼쳐지는 유럽 최대 규모의 전설적 밤문화”라고 홍보하며 자사 상품의 마지막 코스가 ‘다음날 새벽 5시까지 이어지는 클럽파티’라고 소개했다.
체코는 “물보다 맥주가 싸다”고 알려졌을 만큼 맥주 사랑이 유별난 나라다. 다만 각국에서 몰려든 관광객 중 일부가 이런 맥주 문화를 핑계로 ‘도 넘은 음주’를 즐기며 각종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CNN은 최근 20년간 전 유럽에 저가 항공 붐이 일면서 특히 젊은 영국 관광객들이 소위 ‘총각파티’를 하려 프라하에 대거 몰려들었다고 전했다.
유럽의 다른 관광도시에서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몰려드는 관광객을 막기 위한 조치가 속속 도입되고 있다. 그리스 산토리니섬은 관광세를 도입했고,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는 단체 관광 규모를 25명까지로 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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