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北, 우크라전 참전”]
美대선 20일앞 커지는 ‘트럼프 리스크’
“관세,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
‘동맹국도 부과’ 강조하며 한국 거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간) 한국을 겨냥해 ‘머니 머신(money machine·현금지급기)’이란 표현까지 쓰며 안보 무임승차론을 다시 제기했다. 다음 달 5일 대선에서 승리하면 이달 초 한미가 합의한 제12차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재협상을 요구할 심산을 드러낸 것이다.
트럼프 후보는 이날 일리노이주 시카고 소재 ‘시카고 경제클럽’에서 열린 존 미클스웨이트 블룸버그통신 편집국장과의 대담에서, 대통령 재임 때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늘리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 20억 달러를 받아냈고, 이듬해 50억 달러를 요구할 계획이었다”며 “조 바이든(대통령)이 당선되자 가장 행복했던 건 한국”이라고 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2019년 1조389억 원이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당시 환율 기준으로 5배 수준인 50억 달러로 증액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임기 말까지 협상은 타결되지 못했고, 2021년 바이든 행정부 출범 뒤 13.9% 오른 1조1833억 원에 타결했다.
트럼프 후보가 분담금의 약 9배에 이르는 100억 달러를 요구하면 한미 간 갈등은 불가피하다. 이미 한미는 이달 초 2026년도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1조5192억 원으로 올린 뒤 매년 물가상승률만큼 증액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에선 SMA가 의회 동의 없이 대통령 결정으로 재협상이 가능하다.
하지만 SMA를 뒤집는 건 미국도 부담이다. 16일 정부 소식통은 “정부 간 약속을 깨는 것인 만큼 상대(미국)가 정치적 도의적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했다. 조현동 주미 한국대사도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미 대선 전 방위비 협상을 마무리한 건 미 행정부가 바뀌어도 국가 간 합의의 연속성을 존중하리란 기대 때문”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후보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정상외교 복원 의지도 시사했다. 그는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이고, 오늘 김정은이 한국으로 가는 철도를 폭파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이는 큰일이며, 한국은 러시아나 중국 등과 단절된 상태”라고 주장했다. 남북이 도로를 통한 육로 왕래는 실현된 적이 없는데도 이를 한국의 고립처럼 표현한 것이다. 이에 앞서 트럼프 후보는 소셜미디어에서도 북한의 철도와 도로 폭파를 언급하며 “오직 트럼프만이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트럼프 후보는 ‘당신은 동맹국에 20∼30%의 관세를 부과하려 한다’는 질문에 “우리 동맹국은 적들보다 미국을 더 이용했다”며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을 거론했다. 자신의 관세 공약을 옹호하며 “관세는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이자 제일 좋아하는 단어”라고 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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