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北, 1만명 파병 준비… 일부 이미 우크라 지역 배치”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0월 18일 03시 00분


벨기에서 나토 국방장관 회의
韓-日-호주-뉴질랜드도 참석
나토 총장 “北-러 군사협력 규탄”
NYT “北 현대전 준비태세 시험”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이 16일(현지시각) 제공한 사진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키이우 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4.10.17. 키이우=AP/뉴시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북한이 러시아에 병력을 파견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실상 참전하고 있다고 다시 한번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7일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은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지상군과 기술자 등 약 1만 명을 파병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일부 북한군 장교들은 이미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에 들어와 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자국 의회에 출석해서도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같은 날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북한이 무기와 장교들의 현대전에 대한 준비 태세를 시험해 볼 수 있는 기회라고 전했다.

이처럼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실상 참전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17, 18일 브뤼셀에서 진행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방장관 회의에서 ‘북한 파병설’이 비중있게 다뤄질지 주목받고 있다. 이번 회의에는 한국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인도태평양 4개국(IP4) 국방부 고위급 인사가 처음으로 참석하는 데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승전 계획’도 주요 안건으로 다뤄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16일 사전 브리핑에서 북한 파병설에 대해 “확인할 순 없지만 심히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북한은 이미 (러시아를)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나토는 북한과 러시아 간의 군사 협력 심화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 젤렌스키, ‘승리계획’ 직접 설명 예정

이번 나토 국방장관 회의에는 나토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핵심 안건으로 올라와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회의에 참석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과 서방 지원 무기를 이용한 러시아 본토 공격 필요성 등을 직접 설명할 예정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앞서 16일 우크라이나 의회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장거리 무기 사용 제한 해제 △러시아의 침략 억지를 위한 비핵 전략 패키지 △우크라이나 천연자원 공동 생산 특별 협정 △전후 유럽 주둔 미군 우크라이나 군대로 대체 등의 승전 계획을 발표했다. 나토 고위 관계자는 워싱턴포스트(WP)에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계획의 요점이지만, 러시아가 이를 막기 위해 전쟁을 벌인 만큼 복잡한 문제다”라고 전했다.

북한 파병설과 관련해 뤼터 사무총장은 “북한과 중국, 이란이 역내에서 러시아의 침략 전쟁을 부추기고 있다”며 “이는 유럽 대서양뿐만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도 명백히 안보에 도전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또 “이번 회의에서 인태 협력국들과 함께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역할’에 대한 기대도 드러냈다. 뤼터 사무총장은 “한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은 물론이고 나토가 최신 첨단 기술이나 산업 생산물에 접근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며 “지금까지 한국이 잘해 왔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러 “북한 파병, 젤렌스키는 간섭 말라”

우크라이나의 북한 참전 주장에 대해 러시아 측이 공식적으로 진위를 밝힌 적은 없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정례 브리핑에서 “특별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의 참가자 구성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관여할 사안이 아니다. 국방부 소관이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나 자하로바 대변인은 뜬금없이 “부차 학살은 우크라이나가 저지르고 러시아에 뒤집어씌운 사건”이라며 “희생자 명단을 발표하라”는 엉뚱한 답변을 내놨다. 우크라이나 부차는 전쟁 초기 러시아가 점령했던 곳으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대량 학살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지역이다.

한편 미국은 이날 우크라이나에 대한 4억2500만 달러(약 5812억 원) 규모의 추가 지원을 발표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조 바이든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남은 임기 동안 우크라이나의 안보 지원에 더욱 힘을 실어줄 것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번 지원에는 전쟁에서 사용될 탄약과 차량 등이 포함됐다.

#젤렌스키#나토 국방장관 회의#승리계획#북한 파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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