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란에 대한 공격이 매우 임박했다”고 20일 밝혔다. 네타냐후 정권은 다음 달 5일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만류에도 “이란이 1일 이스라엘 본토를 탄도미사일로 공격한 만큼 강도 높은 보복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압돌라힘 무사비 이란군 최고사령관은 “시오니스트 적(이스라엘)에 ‘궤멸적 타격’을 행할 준비가 됐다”고 맞섰다.
이스라엘은 20일과 21일 각각 레바논 전역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 대규모 공습을 가했다. 모두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자금 조달을 차단하기 위한 공격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확전을 막기 위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중동에 급파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와 휴전 조건으로 지상전이 한창인 레바논 남부에서의 군사 작전권을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 네타냐후 “이란 보복 임박” vs 이란 “궤멸적 타격”
이스라엘 국영 칸방송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20일 비공개 안보내각 회의에서 이란에 대한 보복을 “곧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같은 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도 비슷한 입장을 강조했다. 이란에 대한 보복 시기 및 수위와 관련해 미국의 입장을 고려하겠다면서도 “국익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스라엘은 앞서 16일 지난해 10월부터 이스라엘과 전쟁을 벌여 온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최고지도자 야흐야 신와르를 살해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하마스, 헤즈볼라와 모두 휴전 협상을 체결하라”고 압박했지만 네타냐후 정권은 거부했다. 또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모두 궤멸시킬 때까지 전쟁을 지속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1일 이란 국영 프레스TV 등에 따르면 무사비 사령관 역시 이런 네타냐후 정권에 대한 ‘맞보복’을 천명했다. 특히 그는 이스라엘을 후원하는 미국에도 “범죄를 저지르고 아동을 학살하는 정권에 대한 지지를 거두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중동 긴장을 완화시키기 위해 블링컨 장관은 21~25일 중동 순방에 나섰다. 다만 하마스와의 전쟁 발발 후 줄곧 불협화음을 빚은 네타냐후 정권과 바이든 행정부의 이견은 여전하다. 미 정치매체 액시오스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17일 미국에 헤즈볼라와의 휴전 조건으로 레바논 남부에서의 작전권을 요구했다.
중동의 대표적인 분쟁 지역인 레바논 남부는 이 지역을 영토로 삼고 있는 레바논 정부군과 긴장 완화를 위해 주둔중인 유엔 평화유지군의 작전만 가능하다. 이스라엘의 작전권 요구는 레바논의 주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완전 철군’을 조건으로 채택된 2006년 유엔 안보리 결의 ‘1701호’에도 반하는 내용이다.
이스라엘은 이 1701호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헤즈볼라가 이 일대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며 작전권 요구의 정당성을 주장한다. 사실상 미국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휴전 조건을 내걸어 전쟁 지속 의사를 강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 헤즈볼라 자금줄 옥죄는 이스라엘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돈줄도 강하게 옥죄고 있다.
시리아 관영 사나통신에 따르면 21일 다마스쿠스에서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헤즈볼라의 재정 책임자가 타고 있던 자동차가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았다. 이 책임자를 포함해 2명이 숨졌다. 이스라엘 측은 이 책임자가 이란발(發) 자금을 헤즈볼라에 들여오고 분배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본다.
이스라엘은 20일에도 레바논 전역에서 헤즈볼라의 자금 조달을 도운 것으로 알려진 금융사 ‘알까르드 알하산’ 지점 30여 곳을 공습했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외곽의 사헬 병원 지하에 지난달 27일 공습으로 사망한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가 생전 보관했던 5억 달러(약 6900억 원) 규모의 금괴와 현금 사진도 21일 공개했다. 수장을 잃은 헤즈볼라 구성원의 심리적 동요를 느끼게하고, 국제사회에 나스랄라를 공격한 것에 대한 정당성을 입증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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