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모델 성착취 혐의’ 아베크롬비 전 CEO 체포…피해자 15명이 고소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0월 23일 15시 05분


“모델 기회를 주겠다”며 젊은 남성 모델들을 유인한 뒤 성착취한 혐의로 기소된 아베크롬비앤피치의 마이클 제프리스 전 최고경영자(CEO)의 2009년 모습. 뉴욕=AP뉴시스
미국 의류업체 아베크롬비앤피치의 마이클 제프리스 전 최고경영자(CEO·80)와 그의 동성 애인이 수년간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젊은 남성 모델들을 성착취한 혐의로 22일(현지 시간) 미국에서 체포됐다. 제프리스는 CEO 재임 시절 “날씬하지 않은 사람들은 우리 옷을 입지 않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22일(현지 시간)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성착취 혐의 등으로 체포된 마이클 제프리스 전 아베크롬비앤피치 CEO(맨 오른쪽)가 변호인과 함께 법원 건물을 나서고 있다. 그는 이날 보석금 1000만 달러(약 138억 원)를 내고 풀려났다. 웨스트팜비치=AP뉴시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 뉴욕 연방검찰은 1992~2014년 아베크롬비를 이끌었던 제프리스와 그의 오랜 동성 파트너 매튜 스미스(61), 그리고 당시 아베크롬비 채용담당자였던 제임스 제이콥슨(71)을 수년간 강압과 사기 등을 동원해 남성 수십 명을 성착취한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제프리스가 권력과 부, 영향력을 이용해 자신과 애인의 성적 쾌락을 충족하고자 남성을 사고팔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제프리스와 제이콥슨은 각각 보석금 1000만 달러(약 138억 원)와 50만 달러를 내고 이날 오후 풀려났다.

기소장에 따르면 제프리스 커플이 2008~2015년 채용담당자로 데리고 있던 제이콥슨은 “모델 활동 기회를 주겠다”며 남성 모델들을 유인해 성관계를 갖고, 미국과 유럽 각지를 돌며 제프리스 파트너와 성관계를 맺게 했다. 피해자 중에는 10대도 포함돼 있으며, 이 과정에서 원치 않는 성관계는 각종 약물 복용까지 강제당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말을 듣지 않으면 모델로서의 앞길을 망치겠다”는 협박을 가했으며, 피해 사실을 폭로하겠다는 이들을 감시하기 위해 경호원까지 붙여 위협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변호인 측은 “정의를 위한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꿈을 가졌다는 이유로 이들에게 희생된 남성 모델들에게는 기념비적인 일”이라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NYT에 따르면 유죄 판결시 이들은 최소 15년 징역형에서 최대 종신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이번 기소는 지난해 피해 남성 15명이 “제프리스와 그 일당이 모델 커리어를 빌미로 성행위를 강요했다”며 이들을 고소하며 이뤄졌다. 이들은 당시 영국 BBC방송에 “건전한 모델 오디션으로 꾸며 우리를 유인했고, 밀폐된 장소에서 경호원들로 보이는 이들의 감시까지 받아야 했다”고 폭로했다.

미국 뉴욕에 있는 아베크롬비앤피치 매장. 뉴욕=AP뉴시스

피해자들은 아베크롬비앤피치가 당시 CEO였던 제프리스가 기업 계좌에서 피해자들에게 지급하기 위한 돈을 인출하는 걸 방관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아베크롬비는 “전 수장의 혐의에 충격과 혐오감을 느꼈다”면서도 관련 혐의에 대해선 부정하는 입장을 취했다.
#아베크롬비#아베크롬비앤피치#마이클 제프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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