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세살배기, 공중투하 구호품 쳐다보다 참변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0월 24일 03시 00분


난민 구호품 상자에 머리 맞아 숨져
유족 “우린 동물 아닌 인간, 존엄 원해”
이스라엘 육로반입 제한 비난 커져

“파스타와 참치캔 때문에 내 아들이 죽었다.”

19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난민촌에서 세 살배기 사미 아이야드 군(사진)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커다란 구호품 상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불행히도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서 낙하산에 달린 구호품은 그의 가족이 머물던 텐트로 떨어졌다.

21일 CNN에 따르면 당시 사미 군은 아버지 마흐무드 씨에게 “아빠, 낙하산이 이쪽으로 와요”라고 했다. 사미 군이 구호품 상자에 머리를 맞아 사망한 현장에는 그가 흘린 피가 흥건했다.

마흐무드 씨는 CNN에 아들의 비참한 최후를 전하며 구호품의 육로 반입을 막고 있는 이스라엘을 규탄했다. 그는 “‘원조’가 아니라 ‘존엄’을 원한다”고 했다. 사미 군의 삼촌도 “우리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음식을 받아먹는 ‘동물’이 아니라 ‘인간’”이라고 분개했다.

소셜미디어에는 마흐무드 씨가 “내 아들을 죽인 존재”라고 외치며 구호품을 걷어차는 영상, 사미 군의 할아버지가 손자의 주검에 입을 맞추며 “가장 소중한 존재를 잃었다”고 슬퍼하는 영상 등이 확산되고 있다.

사미 군의 가족은 가자지구 북부에 거주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이 발발하면서 여섯 차례나 거처를 옮겼다. 그리고 결국 사미 군도 잃었다.

이스라엘은 전쟁 발발 후부터 하마스가 빼돌릴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구호품의 육로 수송을 반대해 왔다. 올 2월에는 가자시티 일대에서 구호품을 받기 위해 몰려드는 민간인에게 치안 유지 등을 이유로 무차별 발포해 100명 이상이 숨졌다. 이후 구호품의 육로 반입이 사실상 차단됐고, 국제사회가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대안이 공중 투하였다.

최근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북부를 전면 포위하며 모든 물자를 통제하고 있다. 미국 등 국제사회가 “주민을 아사(餓死)시키겠다는 거냐”며 비판이 거세지자 일부 물자의 반입만 허용하고 있는 상태. 사미 군의 죽음으로 이스라엘의 육로를 통한 구호품 반입 제한 정책에 대한 비난이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가자#세살배기#공중투하 구호품#참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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