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낙하산 봐”…가자지구서 구호품 파편 맞아 3살 사망

  • 뉴시스(신문)
  • 입력 2024년 10월 24일 10시 01분


ⓒ뉴시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난민촌에 머물던 3살 아이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구호품을 올려다보다가 그 자리에서 파편에 맞아 사망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22일(현지시각) CNN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소년 사미 아야드(3)는 지난 19일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난민촌에서 떨어진 구호품 운반용 나무판자에 맞아 숨졌다. 이날 떨어진 구호품으로 아야드의 이모와 사촌들도 부상을 입었다.

구호품이 떨어질 당시 가족들은 아침 식사를 하던 중이었다고 아야드의 할아버지는 전했다. 손주와 함께 앉아 있던 그는 자신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구호품 덩어리가 손주에게 떨어졌다며 “그와 나 사이엔 찰나의 순간만 있었다. 나는 그를 안고 달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에겐 병원이 없다. 나는 도움을 구하기 위해 미친 듯이 달렸지만, 아이는 곧 죽었다. 나는 그를 구하지 못했고, 그의 코와 입에서 피가 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아야드의 아버지는 “아야드가 하늘에서 구호품 낙하산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는 서서 내게 ‘낙하산들을 보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후 아들은 낙하산이 가까이 오는 것을 보고 도망쳤다”고 말했다.

CNN은 아야드가 숨진 현장에는 핏자국이 있었다고 전했다. 1년 넘게 계속되는 전쟁에도 살아남은 3살 아이를 한순간에 잃은 가족과 친척들은 그가 숨진 자리에 모여 슬픔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국제사회가 가자지구의 식량난을 해소하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짜낸 구호품 공중 투하 작전이 아야드의 생명을 앗아갔으며 주민들의 인간적 존엄을 박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야드의 할아버지는 “우리는 원조를 원하지 않는다. 존엄을 원한다”며 “이스라엘뿐 아니라 아랍 국가들로부터 받는 모욕과 수치는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밝혔다.

아야드의 삼촌 역시 “우리의 삶은 수치, 죽음, 공포뿐이다. 다음 날 깨어날 수 있을지 모른 채로 매일 잠에 든다”며 “우리는 인간이지, 하늘에서 음식을 떨어뜨려 줘야 할 동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당국에 따르면 아야드가 숨진 날 아랍에미리트(UAE)의 항공기가 칸유니스에 식량 패키지 81개를 공중에서 투하했고, 아야드가 숨진 난민촌에는 UAE 국기가 표시된 구호품 나무 상자들이 발견됐다.

미국과 UAE, 영국 등 일부 국가는 올해 초부터 가자지구에 식량 등 구호품을 공중에서 투하하는 작전을 시행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민간 업무 조직인 민간협조관(COGAT)에 따르면 최근 몇 달간 가자지구에 공중 투하된 구호품은 약 1만개가 넘는다.

그러나 이러한 공중 투하를 통해 반입되는 식량의 양은 극히 제한적인 데다가 아야드의 죽음과 같은 비극적인 사고가 잇따르면서 그 적절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CNN에 따르면 지난 3월에도 가자시티의 난민촌에 떨어진 구호품에 맞아 최소 5명이 죽고 10명이 다쳤다.

인권 단체들은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이스라엘군이 통제하고 있는 육상 구호품 반입 통로를 열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정부기구(NGO) 단체 ‘팔레스타인인을 위한 의료 지원’의 피크르 샬루트 국장은 “이스라엘의 군사 공격에서 1년 넘게 살아남은 세 살짜리 소년이 공중에서 떨어진 식량에 맞고 숨지는 것은 비극적 아이러니”라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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