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빅터 차 한국석좌가 최근 러시아에 병력을 파병한 북한과, 이런 북한을 미묘하게 바라보는 중국을 두고 23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에 이 같은 분석을 내놨다. NYT는 중국조차 이런 북한을 제어하지 못해 길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차 석좌는 “중국이 ‘무능’과 ‘마비’ 그 어디쯤에 갇혔다”며 이번 북한군 파병 소식이 그간 중국이 보여주고자 부단히 애썼던 ‘외교 지도국’으로서의 이미지를 손상시켰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미국이 신냉전을 벌이려 한다”며 자신들이야 말로 국제평화를 수호할 적임자라고 강조해왔는데, 무역과 경제 부분에 있어 ‘북한의 최대 후원국’으로 여겨지면서도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나서는 것조차 통제하지 못해 망신살을 뻗쳤다는 것이다.
NYT는 또한 전문가들을 인용해 중국 지도부가 이번 파병을 대가로 러시아가 북한에 군사기술을 전달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발전된 군사기술을 이용해 한국과 일본에 대한 도발을 강화하면 동북아 외교무대에서 중국이 난처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NYT는 지난해에도 북한의 계속된 도발이 한미일 최초의 정상회의라는 결과를 낳았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의 파병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유럽연합(EU)까지 한일과 군사 협력을 강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22일 러시아 카잔의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회동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입에 이목이 쏠렸다. 중국이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파병과 관련해 우려를 제기할 것으로 점쳐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1시간에 걸친 회담 후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실(크렘린궁) 대변인이 “회담의 상당 부분이 우크라이나 상황 논의에 할애됐다”고 밝혔을뿐, 중국은 갈등을 키우지 말아달라는 원론적 입장 외에 별다른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이를 두고 서구 대 중국·러시아라는 대립각을 고착화하고 싶지 않아하는 중국이 파병을 껄끄러워 하면서도, 만약 파병을 규탄하면 북한 통제에 대한 무능함을 증명하는 꼴이 돼 이도 저도 못하는 처지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북한이 10월 초에서 중반 사이에 최소 3천명의 군인을 러시아 동부로 이동시켰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북한군 파병을 첫 공식 확인한 미국 역시 브리핑에서 “중국과 시 주석의 입장은 모르겠다”며 북한군 파병에 대해 중국과 소통하고 미국의 입장을 공유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NYT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최근 미국은 중국을 향해 러시아 석유 구매, 무기 생산에 사용될 수 있는 각종 물품 제공 등의 지원을 철회해 전쟁 종식에 힘을 보탤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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