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파견돼 훈련 중인 북한군의 실전 투입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 가운데,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과 조우하거나 이들을 생포할 경우를 대비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문서가 친러시아 텔레그램 계정을 통해 공개됐다.
26일(현지시간) 친러시아 성향 텔레그램 계정 ‘Z작전’은 “우크라이나군이 북한군 군인 도착을 예상하며 지침을 발행하기 시작했다”는 글과 문서 3장을 게시했다. 해당문서에는 한국어로 된 표현과 이를 우크라이나로 번역한 표현, 우크라이나어로 음차한 표기가 적혀 있는데, “우크라이나 군에 포로로 잡혔어”, “임무가 뭐야”, “배고파?”, “거짓말 하지마”, “지시대로 해라”, “도망가지마” 등 총 60가지의 표현이 있다.
계정은 이를 두고 “키이우가 만든 이 문서는 북한군이 ‘위대한 우크라이나인들’을 심문할 때 유용할 것”이라고 비꼬았다. 다만 문서의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다. 러시아의 베스티 등의 현지 매체도 해당 내용을 보도했다.
전날 미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및 우크라이나 당국자를 인용, 북한군이 러시아 본토 격전지인 쿠르스크에 집결했다고 보도했다. 23일 첫번째 북한군이 약 6천400㎞에 이르는 여정을 거쳐 쿠르스크에 온 이후 매일 수천명씩 도착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고위 당국자는 28일까지 최대 5000명의 북한군이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우크라 정보총국은 25일 러시아 제18분리해병여단 장병 간 도청 결과를 인용, 러시아군은 북한군과 협력을 위해 장병 30명당 1명씩 통역관을 배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는 언어장벽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러시아 군인들은 북한 군인들을 경멸을 표하기도 했다고 미 CNN은 말했다. 정보총국의 감청결과 러시아 군인들이 북한 군인들을 경멸조로 ‘K 대대’라고 부르고, 때로 “빌어먹을 중국인들”이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키이브 포스트가 공개한 바에 따르면, 한 군인은 욕설을 섞어 “중국 놈들이 도착했는데, 이놈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불평하기도 했다.
러시아군은 통역관 이외 자국군 장병도 북한군 30명당 3명씩 배치할 예정이지만 “북한군 30명당 고위 장교 3명을 어디서 구하냐”며 지휘관 배정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하고 있다는 사실도 전해졌다.
북한군이 파병 대가로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무엇을 받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NYT는 지금으로선 미 당국자들이 반대급부의 증거를 보지 못했다고 말한다면서도, 북한이 중요한 군사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북한군의 전선 투입을 강조하며 국제사회의 지원을 거듭 호소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6일 저녁 화상 연설에서 “(러시아는) 점점 더 북한을 동맹국으로 끌어들이고 있으며, 이제 북한군은 언제든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싸우는 전장에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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