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소련에 속했던 흑해 연안국 조지아에서 26일 치러진 총선 결과를 놓고 ‘친(親)러시아’ 성향의 집권 여당 ‘조지아의 꿈’과 친서방 성향의 4개 야당이 강하게 충돌했다. 야권은 집권당이 승리했다는 선거 결과 발표가 조작됐다며 불복을 선언했다. 당분간 정국이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27일 조지아 선거관리위원회는 약 99%의 개표가 진행된 결과 ‘조지아의 꿈’이 54%를 득표했다고 밝혔다. 야권 연합은 37% 득표에 그쳤다. 이에 따라 ‘조지아의 꿈’이 전체 150석 중 89석을 차지해 단독 과반을 달성했다. 현 의석(90석)과 비슷한 수준이다.
야권은 “결과가 조작됐다”며 반발했다.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야권이 주도했던 유럽연합(EU) 가입 찬성 여론이 80%에 달했을 정도로 야권 지지자가 많았는데 총선 결과에서 이런 민의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현지 언론의 보도 또한 제각각이다. 출구조사 발표 직후 친정부 매체는 ‘조지아의 꿈’ 승리를 예측했지만 야권 성향 매체는 야권의 압승 가능성을 전했다. 선거 당국의 결과가 발표되기 전에 이미 여당과 야권이 모두 승리를 선언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결과 발표 직후 최대 야당 ‘통합국민운동당’ 측은 기자회견을 열고 “(선관위 및 여당이) 조지아 국민의 승리를 훔쳤다”며 불복했다. 또 다른 야당 ‘변화를 위한 연합’ 역시 “헌법적 쿠데타”라고 가세했다. 현지 선거 감시 단체 등도 여당이 유권자 매수 등 부정 선거를 자행했다고 했다. 다만 야권 또한 거듭된 내부 갈등, 경제난 해소 공약 미비 등으로 국민 마음을 얻지 못했다는 비판론도 제기된다.
조지아는 1991년 독립 후 줄곧 친러와 친서방 노선 사이에서 오락가락했다. 2008년 8월 러시아는 친러 주민이 많으며 독립을 추구하는 조지아 내 분쟁지 남오세티야를 돕는다며 이곳에 군대를 파견했다. 미국, 프랑스 등의 중재로 러시아는 약 2주 만에 군대를 철수시켰지만 이후 조지아에서 반러 감정은 증폭됐다.
이런 상황에서 2012년부터 집권 중인 ‘조지아의 꿈’은 꾸준히 친러 성향을 보였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서방이 주도한 러시아 제재를 거부했다. 또 올 5월에는 러시아 법을 모방해 반정부 성향의 언론, 비정부기구(NGO) 등을 ‘외국 대리인’으로 지정해 모든 활동을 사사건건 보고하도록 하는 법안도 통과시켰다.
러시아는 법안 통과 직후 조지아인이 비자 없이 러시아를 방문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반면 EU는 이 법안이 “민주주의에 위배된다”며 두 달 후 조지아의 EU 가입 시도를 무기한 중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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