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P차… “과도한 진보 그만” “인종문제 답없어” 이념-흑백 대결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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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미국 대선 D-7] 美대선 격전지 르포
해리스-트럼프 노스캐롤라이나서… ‘선벨트 경합주’ 4곳 중 최대 접전
“고물가 불만” “독재자 반대” 팽팽… 사전투표 열기, 100대 주차장 꽉 차

환호
27일(현지 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앨런 호르위츠 식스맨 센터에서 열린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의 유세 때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필라델피아=AP 뉴시스
환호 27일(현지 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앨런 호르위츠 식스맨 센터에서 열린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의 유세 때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필라델피아=AP 뉴시스
“민주당의 과도한 진보 성향으로 망가진 나라를 되찾고 싶다.”(60대 백인 여성 낸시 씨)

“인종, 여성 권리를 생각하면 트럼프를 찍을 수 없다.”(20대 흑인 여학생 애슐리 씨)

22, 23일(현지 시간) 미국 남동부 노스캐롤라이나주를 찾았다. 이곳은 펜실베이니아, 조지아, 미시간, 애리조나, 위스콘신, 네바다주 등과 함께 다음 달 5일 대선 판세를 좌우할 이른바 ‘7대 경합주’ 중 하나다. 이 중 펜실베이니아주(19명)에 이어 조지아주와 함께 두 번째로 많은 16명의 선거인단(미 전체 선거인단은 538명)을 보유해 의미가 크다.

선거분석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가 집계한 최신 주요 여론조사의 평균치에 따르면 조지아주의 지지율 조사에선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49.2%)이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46.9%)보다 2.3%포인트 더 높았다. 반면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선 트럼프 후보(48.6%)와 해리스 후보(47.8%) 간 차이가 0.8%포인트였다. 명실상부한 ‘선벨트 경합주’(7대 경합주 중 따뜻한 지역에 위치한 4개 주를 의미) 내 최대 격전지인 것.

주도(州都) 롤리에는 ‘리서치 트라이앵글’로 불리는 대규모 연구개발(R&D) 단지가 있다. 진보 성향의 고학력, 고소득자가 많고 인종도 다양하다. 반면 롤리에서 차로 1시간만 외곽으로 나가면 농촌 지역이다. 보수 기독교 색채도 강하다. 이런 특성을 반영하듯 노스캐롤라이나주는 과거 공화당 지지세가 강했다. 하지만 최근 대선에선 초박빙 대결이 펼쳐졌다. 2020년 대선 때 트럼프 후보는 1.3%포인트 차로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승리했다. 또 2008년 대선 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0.32% 차로 승리했다.

● 진보 성향 롤리에 늘어난 트럼프 지지자

지지
2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유세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지지자들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적힌 포스터를 들고 있다. 뉴욕=AP 뉴시스
지지 2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유세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지지자들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적힌 포스터를 들고 있다. 뉴욕=AP 뉴시스
22일 롤리의 한 사전투표소를 찾았다. 100대 이상을 동시에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이 있었지만 빈자리가 없어 한참 떨어진 곳에 차를 대야 할 만큼 사전투표 열기가 뜨거웠다.

사전투표를 마친 유권자 중에는 트럼프 후보 지지자가 여럿이었다. 트럼프 후보를 찍었다는 60대 백인 여성 낸시 씨는 “트럼프를 찍은 이유를 하루 종일 말할 수 있다. 기름 한 번 주유하면 50달러가 든다”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심해진 고물가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27세인 내 아들은 결코 내가 누린 것 같은 미국을 누릴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또 다른 노년의 백인 여성 로아나 씨는 “트럼프는 재집권하면 취임 첫날부터 독재자가 되겠다고 한 사람”이라며 “미국 대통령에 맞지 않다”고 반감을 표했다.

롤리 도심의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학생회관에서도 긴 사전투표 행렬을 만날 수 있었다. 20대 흑인 여학생 애슐리 씨와 레이철 씨는 “트럼프는 인종과 여성 문제와 관련해 답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기독교 문화가 강한 지역 정서와 젊은층의 진보적 성향 사이에서 고민하는 대학생도 여럿이었다. 백인 남학생 노아 씨는 “내가 지지하는 ‘(기독교) 가치’와 지지하는 ‘후보(해리스)’가 일치하지 않아 고민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백인 여학생 아멜리아 씨는 “학내 여론은 반반”이라며 “노스캐롤라이나주에는 젊지만 보수 성향인 유권자가 많다”고 했다.

● 교외는 인종 따라 지지 후보 갈려

롤리·윌슨·로키마운트=임우선 특파원
롤리·윌슨·로키마운트=임우선 특파원
23일에는 롤리 외곽의 윌슨 카운티와 내시 카운티를 찾았다. 흑인 등 비(非)백인과 백인 인구가 비슷해 판세를 쉽게 점치기 어렵다는 평을 듣는 곳이다.

이곳에서 만난 30여 명의 유권자에게선 인종 또는 이념에 따라 지지 후보를 선택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흑인 유권자들은 예외 없이 해리스 후보를 지지했다. 흑인 여성 시나 씨는 “집값이 너무 올라 롤리에서 윌슨 카운티로 이사했지만 이게 해리스 후보 탓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반면 백인 유권자들 중에는 민주당의 진보 성향에 불편한 기색을 나타내며 트럼프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힌 이가 많았다. 백인 남성 크리스 씨는 “민주당은 남자 화장실에도 탐폰(생리대)을 놓자고 주장하는데 대체 무슨 소리냐”며 “내 딸이 성전환자(트랜스젠더)와 같은 화장실을 쓴다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성소수자에게 온정적인 민주당을 비판했다.

20대 백인 여성 캐시 씨는 “모두가 이곳을 ‘바이블 빌(Bible Ville·성경마을)’이라고 부른다”며 “신의 뜻으로 트럼프 후보가 거듭된 암살 시도에서 살아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노스캐롤라이나주가 이번 대선에서 ‘신앙 전쟁의 중심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대선#경합주#노스캐롤라이나#트럼프#해리스#사전투표#인종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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