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을 불과 일주일가량 남기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의 유세에서 미국령 푸에르토리코를 ‘쓰레기 섬’이라고 부른 발언의 파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선 승자를 가를 격전지로 꼽히는 펜실베이니아주는 미국 본토 내 푸에르토리코계가 가장 많이 사는 지역인 데다 라틴계 전반의 이탈이 우려되자 공화당은 비상이 걸렸다.
27일(현지 시간) 뉴욕 시내 한복판에 있는 미국프로농구(NBA) 뉴욕 닉스의 홈구장 메디슨스퀘어파크에서 열린 트럼프 후보 유세는 1만9000여석이 일찍이 매진되며 큰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찬조 연설자로 나선 백인 남성 코미디언 토니 힌치클리프(40)가 “푸에르토리코는 바다 한가운데 떠다니는 쓰레기 섬”이라고 말해 찬물을 끼얹었다.
트럼프 캠프는 즉각 “문제의 농담은 트럼프 후보의 시각이나 입장과 무관하다”며 진화에 나섰다. 친(親)트럼프계인 릭 스콧 상원의원은 “힘겨운 경쟁에서 힌치클리프의 농담 때문에 폭탄을 맞았다”고 꼬집었다. 29일 트럼프 후보가 방문하는 펜실베이니아주의 라틴계 밀집 소도시 앨런타운의 쿠바계 매튜 투에르크 시장은 “역대 최악의 자책골”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발언에 대한 반발로 푸에르토리코 출신 인기 음악인 배드버니(30)가 처음으로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배드버니는 글로벌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서 2020~2022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들은 아티스트 1위를 차지하는 등 현재 최고 인기를 누리는 라틴음악 슈퍼스타다. CNN은 “해리스 캠프의 유명인 위시리스트 최상단에 있던 인물”이라고 전했다.
폴리티코, CNN 등 미 언론은 푸에르토리코계 유권자 비중이 높은 펜실베이니아 표심에 미칠 영향에 주목했다. 푸에르토계 유권자는 주 전체 유권자의 약 5.1%(47만 명)로 추산된다. 2020년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후보에 8만555표 차로 승리해 라틴계 민심이 승패에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해리스 캠프는 푸에르토리코와 트럼프 후보의 악연을 조명하는 광고를 새로 제작했다. 트럼프 1기 첫해였던 2017년 허리케인 마리아가 푸에르토리코를 강타해 전력망이 붕괴됐으나 복구가 지연됐고, 당시 현장에 방문한 트럼프 후보는 구호품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이재민들에게 종이타올을 던지며 불손한 태도로 도마 위에 올랐다.
후폭풍이 거센 가운데 28일 J D 밴스 공화당 부통령 후보 겸 상원의원은 “사소한 농담에 너무 쉽게 상처받는 일을 멈춰야 미국 문명 위대함을 복원할 수 있다”며 “유머 감각을 가지라”고 일축했다. 트럼프 후보는 29일 앨런타운 유세에서 입장을 내놓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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