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대선 후보 지지 선언’ 전통 깬 베이조스 “미국인의 뉴스 불신이라는 혹독한 현실, 외면해 봤자 도움 안 돼”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0월 29일 16시 25분


28일(현지 시간)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 홈페이지에 게시된 사주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의 사설. WP 홈페이지 캡처

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의 대선 후보 지지 사설 철회에 대해 28일(현지 시간) 사주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직접 “언론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을 밝혔다.

베이조스는 이날 ‘불편한 진실: 미국인들은 뉴스 미디어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제목의 기고를 통해 지지 선언을 하지 않은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언론의 대선 지지 선언이 “선거의 균형을 깨는 데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다”며 언론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1976년 미국 대선 이후 대선마다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던 WP는 25일 별다른 배경 설명 없이 ‘어느 후보도 지지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안팎으로 논란이 일었다. 특히 베이조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을 의식해 내부적인 압력을 가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이에 대해 베이조스는 “어떤 종류의 대가도 없었다”고 정치적인 해석에 선을 그었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은 언론이 편향되어 있다고 믿는다”며 언론 스스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선 후보 지지를 거부하는 것만으로 신뢰도를 크게 끌어올릴 수는 없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의미 있는 조치”라고 평하며 “우리(언론)의 신뢰도가 계속 떨어지고 영향력이 감소하는 것에 대해 다른 사람을 비난하기는 쉽지만, 피해의식은 도움이 되지 않으며 불평하는 것은 전략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WP 내부의 반발은 쉽게 잦아들지 않는 모양새다. 미 공영 NPR방송은 이날 WP 직원 2명을 인용해 28일 정오까지 디지털 구독을 취소한 인원이 20만 명이 넘는다고 보도했다. 전체 유료 구독자 250만 명 중 약 8%에 해당한다. 전 WP 편집국장 마커스 브라우클리는 “엄청난 숫자이지만, 문제는 왜 이런 결정이 내려졌는지 사람들이 모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1982년부터 WP에서 일한 퓰리처상 수상자 데이비드 호프만 등 베테랑 3명도 28일 논설위원에서 물러났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이들은 “이 위험한 순간에 우리의 목소리를 잃었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고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항변하며 사측의 결정을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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