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 더 늘 수도…정부, 사흘 애도기간 선포
“순식간에 3m 불어나” “쓰나미처럼 물 밀려왔다”
‘고타 프리아’ 분석…온난화가 홍수 피해 키워
스페인의 역대급 폭우 사망자가 최소 95명으로 늘었다. 스페인 정부는 사흘 간의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30일(현지시각) AP통신, CNN 등에 따르면 전날부터 이날까지 계속된 폭풍우로 말라가부터 발렌시아에 이르기까지 스페인 남부와 동부에 걸쳐 홍수가 발생했다. 갑작스런 집중 호우로 거리와 도로는 강으로 변했고 주택은 파괴됐으며 교통은 마비됐다.
남부 말라가 인근에선 300명이 탑승한 고속열차가 탈선했고 항공편 운항도 한때 중단됐다. 이례적으로 토네이도와 우박을 동반한 경우도 있어 피해를 키웠다.
동부 발렌시아 지역에선 이날까지 92명이 사망한 것이 확인됐다. 인근 카스티야라만차에선 2명, 남부 안달루시아에선 1명이 숨졌다.
아직 인명 피해를 보고되지 않은 곳도 있고 실종자도 수십명에 달해 희생자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
스페인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폭우는 수십년 만의 최악의 홍수로 기록됐다.
발렌시아엔 지난 20개월 동안 내린 비보다 8시간 동안 더 많은 비가 내렸다. 기상청은 “전례 없는 폭우”라고 밝혔다.
BBC에 따르면 이번 홍수 사망자는 1973년 이래 가장 많은 것으로 보인다. 당시 남동부 지역에서 사상 최악의 홍수로 150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산됐다.
AP도 스페인이 최근 몇 년 동안 비슷한 가을 폭우를 겪었지만 이번 이틀간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폭우는 230명이 사망한 2021년 독일과 벨기에 홍수를 떠올리게 한다고 덧붙였다.
발렌시아 우티엘 마을 리카르도 가발딘 시장은 국영 RTVE 방송 인터뷰에서 “어제는 내 생애 최악의 날이었다”며 “우리는 쥐새끼처럼 갇혀 있었다. 차와 쓰레기통이 거리를 따라 흘러내리고 있었다. 물이 3m까지 불어났다”고 말했다. 이 마을에선 6명이 사망하고 그 이상이 실종됐다.
주민 30명이 숨진 발렌시아의 또 다른 마을 주민은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모르겠다”며 “10분 만에 마을이 물로 넘쳐났다”고 말했다.
또 다른 마을 주민은 “물이 쓰나미처럼 고속도로를 덮여왔다”며 차를 버리고 다리 위로 올라갔기에 살 수 있었다고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다른 목격자는 고속도로에서 운전자들이 급류가 밀려오는 것을 깨닫고 높은 중앙분리대를 따라 인간 사슬을 만들어 탈출했다고 진술했다. 목격자는 “다행히 아무도 미끄러지지 않았다. 만약 넘어졌다면 물살에 쓸려 갔을 것”이라고 했다.
스페인 정부는 31일부터 사흘간을 국가 애도기간으로 선포했다.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TV 연설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찾고 있는 분들에게, 스페인 전체가 여러분의 고통을 함께 한다”고 위로했다.
스페인 정부는 구조대와 군인 1100명 이상을 피해 지역에 배치했다. 중앙정부는 구조 활동을 조정하기 위해 위기대응 위원회를 꾸렸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코페르니쿠스 위성 감시 시스템을 활성화해 구조팀을 조정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비는 잦아들었지만 기상당국은 비구름대가 북동쪽 카탈루냐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기상 경보를 발령하고 대피할 것을 촉구했다.
이번 폭우는 온난화로 인한 기상 이변으로 피해가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기상학자들은 가을과 겨울 지중해의 따뜻한 바다로 찬 공기가 내려오는 기상 현상인 ‘고타 프리아’(gota fría)가 주요 원인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지구 기온이 상승하면서 구름이 더 많은 비를 운반하게 됐다고 과학자들은 BBC에 밝혔다.
세계기후특성(WWA) 공동 창립자인 프리데리케 오토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박사는 “지구온난화로 대기가 더 많은 수분을 품고 이것은 더 많은 비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의심할 여지 없이 이러한 폭발적인 폭우는 기후 변화로 더욱 심해졌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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