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대홍수 최소 158명 사망…51년 만의 최악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1월 1일 17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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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현지 시간) 홍수로 침수된 차량들이 철도 위에 쌓여 있다. 29일부터 이틀간 내린 기습 폭우로 158명이 사망했다. 아직 지역당국이 실종자 규모도 파악하지 못한데다, 구조 작업이 계속되고 있어 사망자는 더 늘 전망이다.  발렌시아=AP 뉴시스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홍수로 침수된 차량들이 철도 위에 쌓여 있다. 29일부터 이틀간 내린 기습 폭우로 158명이 사망했다. 아직 지역당국이 실종자 규모도 파악하지 못한데다, 구조 작업이 계속되고 있어 사망자는 더 늘 전망이다. 발렌시아=AP 뉴시스


스페인 남동부 발렌시아 일대에 지난 달 29일, 30일(현지 시간) 양일간 내린 기습 폭우로 1일 기준 최소 158명이 사망했다. 1973년 10월 홍수로 300명이 사망한 이후 51년만 최악의 인명 피해다. 실종자가 많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31일 스페인 당국은 발렌시아에서 155명, 인근 카스티야 라 만차에서 2명, 안달루시아에서 1명 총 158명이 사망했다고 확인했다. 폭발적인 홍수로 150개 이상의 도로가 마비됐고, 정전과 단수도 계속되고 있다. 발렌시아의 농경지들도 모두 피해를 입었는데, 해당 지역의 오렌지 등 감귤류 생산량은 스페인 전체의 3분의 2에 달한다.

다만 당국은 아직 실종자 규모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날 마르가리타 로블레스 국방장관은 “구조대가 접근 불가능한 지역도 있어 사망자 수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스카르 푸엔테 교통장관은 고속 철도 재개에 최대 3주가 걸릴 수 있다고 전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발렌시아 일부 지역에서 8시간 동안 내린 비가 해당 지역의 지난 20개월 치 강수량보다 많았다. 이외에도 피해를 입은 일부 지역에는 2시간 만에 1㎡당 150∼200L의 비가 내렸고, 안달루시아 지역에서는 10월 한 달 동안 내릴 비의 4배나 되는 양이 하루에 집중됐다.

진흑을 헤치며 생존자를 찾고, 도로를 정비하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당국은 생존자 탐색을 위해 51개의 수색견팀, 15대의 헬기와 18대의 드론을 동원했고 1200명의 군인을 수해 현장에 배치했다. 31일 구조팀이 진흙을 헤치며 생존자를 찾고 도로를 정리했다.

이 시기 이베리아반도에 흔히 발생하는 ‘고고도 저기압’의 영향으로 폭우가 잦다. 다만 국제 과학자 그룹 ‘세계기상기여도(WWA)’는 기후 변화가 이번 홍수의 “가장 유력한 원인”이라는 주장을 내놨다. 지중해 수온 상승이 더욱 많은 양의 비를 몰고 왔다는 것이다.

다만 당국의 안이한 대처가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각한 홍수가 이미 시작된 29일 오후 8시 경에도 발렌시아 지역 당국이 대피령을 내리지 않았던 것이다. 발렌시아 교외의 라우라 빌라에스쿠사는 “피해자들은 제때 경고를 받았다면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로이터에 말했다.

또한 현지 매체들은 발렌시아 지방이 급속한 도시화 와중에 치수 시설을 충분히 갖추지 못해 범람한 물이 그대로 주거 지역을 덮치게 됐다는 분석을 내놨다. 발렌시아 지역의 한 주민은 엘파이스에 “물이 갑작스럽게 불어났다”고 전했다. 아들과 차고에 갇힌 그는 이웃 주민의 도움으로 간신히 2층 테라스로 대피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주민은 “30분 만에 거의 모든 것을 잃었다. 무력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기상청은 이번주 내로 또 비가 내릴 것이라고 전했다. 펠리페 6세 국왕은 “비상사태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이날 페드로 산체스 총리 역시 “집에 머물면서 구조대의 지시를 따라 달라”고 당부했다.

#스페인 홍수#스페인#대홍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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