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과 러시아의 대리전 양상으로 주목받은 동유럽 몰도바의 대선 결선 투표에서 친(親)서방 성향의 마이아 산두 대통령(52)이 연임에 성공했다. 다만 최근 경제난으로 집권 ‘행동과연대당(PAS)’의 지지율이 낮아져 내년 총선에서 과반 의석 확보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러시아의 선거 개입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 또한 상당하다.
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개표가 99.7%가 진행된 가운데, 산두 대통령은 55.3%를 득표했다. 전직 검찰총장으로 친러 성향이 강한 알렉산드르 스토이아노글로 사회주의당 후보를 제치고 재선을 확정지었다. 산두 대통령은 승리 연설에서 “자유, 진실, 정의가 승리했다. 역사책에 기록될 만한 민주주의의 교훈”이라고 외쳤다.
산두 대통령은 세계은행(WB) 등에서 근무한 경제학자로 2020년 12월 집권 후 EU 가입, 탈(脫)러시아 정책 등을 추진했다. 다만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고물가 등으로 적지 않은 비판을 받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도 당초 지난달 20일 1차 투표에서 낙승이 예상됐지만 과반을 얻지 못해 스토이아노글로 후보와 결선 투표를 치러야 했다.
산두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러시아의 선거 개입이 있었다고 줄곧 주장하고 있다. 친러 세력이 최소 30만 명의 유권자에게 금품을 살포하며 자신을 지지하지 말라고 회유했다는 것이다. 이날도 “불법적인 표 매수, 범죄 조직의 선거 방해 등으로 유럽 선거 역사상 전례 없는 공격을 받았다”며 러시아를 겨냥했다.
몰도바와 마찬가지로 옛 소련 소속인 조지아 또한 러시아의 선거 개입설로 뒤숭숭하다. 지난달 26일 총선에서 당초 여론조사에서 열세였던 친러 성향의 집권당 ‘조지아의꿈’이 단독 과반을 달성하자 야권이 러시아의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몰도바 당국은 벨라루스, 아제르바이잔 등 또 다른 옛 소련 국가에 거주하는 국민들이 참여한 대선 해외 투표에서도 러시아 당국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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