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대선 미국의 선택]
상대 약점 파고든 치열한 광고전
해리스 “트럼프 집권땐 고물가”… 트럼프 “불법이민으로 범죄 늘어”
남성 트럼프-여성 해리스 격차 확대… 백인여성 표심 ‘스윙보터’로 떠올라
미국 대선 기간 내내 초박빙 판세가 이어진 가운데 두 후보는 광고전에서도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은 그간 자신에게 불리한 것으로 여겨졌던 ‘고물가’ 의제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을 공격하는 데 사용했다. “주요 수입품에 고율 관세 부과”를 공약한 트럼프 후보가 재집권하면 물가가 더 올라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빠듯해진다는 취지다. 여성 유권자가 중시하며 트럼프 후보에게 불리한 의제로 꼽히는 낙태권도 거듭 거론했다.
반면 트럼프 후보는 불법 이민 등 해리스 후보가 속한 조 바이든 행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며 “해리스가 집권하면 기존 문제가 더 심해진다”고 유권자의 ‘공포감’을 부추겼다. 핵심 지지층인 보수 성향 백인 유권자를 위해 성전환자를 비판하는 광고도 게재했다.
● 해리스, ‘경제’로 트럼프 역공
뉴욕타임스(NYT)가 광고분석회사 애드임팩트와 함께 최근 일주일간 가장 많이 방영된 양측 광고를 분석해 4일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해리스 캠프에서 가장 많은 돈을 쓴 광고는 ‘경제’, 특히 인플레이션 관련 광고였다.
해리스 후보를 지원하는 슈퍼팩(super PAC·정치자금 모금단체) ‘퓨처포워드’는 이 기간 동안 5200만 달러(약 716억 원)를 투입해 관세 등 트럼프 후보의 경제 공약이 서민에게 큰 피해를 준다고 주장했다.
특히 “일반인을 위해”라는 광고에는 과거 공화당원이었던 시민이 등장해 “트럼프가 모든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한 공약은 일반인에게 더 부담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후보가 공약한 감세 역시 서민이 아닌 억만장자만 혜택을 누릴 것이라고 했다.
‘낙태권’ 옹호 광고에도 1750만 달러를 썼다. 해리스 후보는 트럼프 후보가 집권 당시 종신직인 연방대법관 9명 중 3명을 보수 인사로 지명해 현재 총 6명의 보수 대법관이 재직하고 있다는 점을 줄곧 비판했다. 연방대법원이 2022년 6월 낙태권을 폐기한 건 이런 대법관 인선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 트럼프, 불법 이민 ‘공포감’ 조성
트럼프 후보의 슈퍼팩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는 지난달 말 920만 달러(약 126억 원)를 들여 불법 이민을 우려하는 광고를 내보냈다. 불법 이민자가 자행한 살인 등 강력 범죄를 열거하며 “해리스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그가 집권하면 미국인은 계속 목숨을 잃을 것”이라고 유권자의 공포감을 극대화했다.
다른 광고에서는 “해리스가 초래한 국경 문제로 무고한 시민이 총에 맞아 살해됐고 성폭행 또한 당했다”고도 주장했다.
‘마가’는 성전환자를 비판하는 광고에도 1000만 달러 이상을 썼다. 해리스 후보를 비판하며 “해리스의 의제는 ‘당신’(일반 유권자)이 아니라 ‘그’(성전환자)”라는 내용이 담겼다.
● ‘스윙보터’ 부상한 고학력 백인 여성
한편 이번 대선에선 남성과 여성 유권자의 지지 후보가 극심하게 다른 현상도 주목받고 있다. NBC 방송이 3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전국 여성 유권자의 57%가 해리스 후보를 지지해 트럼프 후보(41%)보다 16%포인트 높았다. 동시에 전국 남성 유권자의 58%는 트럼프 후보를 지지해 해리스 후보(40%)보다 18%포인트 높았다.
공화당 지지층으로 여겨졌던 백인 여성 유권자 사이에서는 학력에 따라 지지 후보가 엇갈렸다. 대졸 이상 백인 여성의 52%는 해리스 후보를 지지했지만 고졸 이하 백인 여성은 44%만 해리스 후보를 선호했다. 최근 많은 조사에서 낙태권을 중시하는 고학력 백인 여성이 해리스 후보를 지지하는 흐름이 포착되고 있다.
그간 민주당의 고정 지지층으로 여겨졌던 비(非)백인 유권자 집단에서도 변화 움직임이 감지된다. 지난달 6일 NYT와 시에나대 조사에서 흑인 유권자의 78%가 해리스 후보를 지지했다. 이들이 2016년과 2020년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후보에게 각각 92%와 90%의 일방적인 지지를 보낸 것과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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