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7일(현지 시간)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수지 와일스 대선 캠프 공동 선거대책위원장(67)을 임명했다. 당선 이틀 만에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할 비서실장을 임명하면서 ‘미국 우선주의’ 공약을 빠르게 이행할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CNN 등은 백악관 비서실장에 여성이 임명된 건 처음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성명에서 “와일스는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정치적 승리를 거두는 데 도움을 줬고 2016년, 2020년 대선 캠페인에서도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며 “강인하고 똑똑하며 혁신적이고 널리 존경받고 있다(tough, smart, innovative, and universally admired and respected)”고 추켜세웠다. 또 “그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와일스는 40여 년 경력의 베테랑 정치 컨설턴트다. 트럼프 당선인의 2020년 대선 패배, 이후 4건의 형사 기소로 많은 측근이 떠났지만 충직하게 곁을 지키며 사실상 비서실장 노릇을 했다. 이번 대선 유세 과정에서는 당선인 주변 인사를 원활히 관리하는 장악력도 보여줬다는 평가다. 트럼프 당선인은 와일스 외에 이미 충성심이 검증된 인사를 정권 인수위원회에 배치하는 등 ‘충성파’의 전진 배치를 공식화했다.
그는 같은 날 NBC와 가진 당선 후 첫 인터뷰에서 최우선 과제가 “국경을 강하고 튼튼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불법 이민자 대규모 추방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통화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대화를 나눌 뜻을 시사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이달 중순 예정된 해외 순방을 계기로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당선인과의 회동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2016년 트럼프 당선인의 첫 대선 승리 9일 만에 당선인의 자택이 있는 미국 뉴욕에서 해외 정상 중 처음으로 만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의 사례를 참고해 관련 준비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2기 인사 정책의 리트머스 시험지는 ‘충성심’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당선 이틀 만인 7일(현지 시간) 수지 와일스 대선 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백악관 비서실장에 임명하고, 정권 인수위원회에도 충성심이 검증된 ‘트럼프 1기 행정부’ 출신을 대거 배치하자 정치매체 폴리티코가 내놓은 분석이다.
2020년 대선 패배 과정에서 당시 백악관과 정부 부처의 많은 인사가 등을 돌린 것에 분노를 표했던 트럼프 당선인이 이번에는 충성심이 검증됐고, 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을 인사만 쓰겠다는 방침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 ‘문고리 권력’에 ‘충성파 중 충성파’ 기용
백악관 비서실장은 새 행정부 구성 및 정책 수립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맡는 ‘요직 중 요직’이다. 장관직과 달리 의회 인준이 필요 없어 대통령이 가장 신임하는 인사가 기용된다. 와일스 역시 대표적인 트럼프 충성파다. 그와 함께 이번 대선 캠프의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크리스 라치비타 또한 와일스를 “함께 일해본 이들 중 가장 충성스러운 전사”라고 했다.
이 같은 와일스의 발탁을 두고 향후 행정부 구성 과정에서 충성파를 선별하면서도 잡음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CNN은 이날 “와일스는 트럼프 당선인에게 비서실장을 맡는 대신 누가 집무실에서 대통령을 만날 수 있는지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와일스가 ‘문고리 권력’의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워싱턴 아웃사이더’였던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 때 여러 비서실장과 불화를 빚었다. 최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도 “1기 참모진의 대부분을 잘 몰랐다. 난 워싱턴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I was not a Washington person)”이라고 했다.
그는 2016년 대선 승리 5일 후 라인스 프리버스 전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위원장을 초대 비서실장에 임명했다. 당시 취임 전까지 70여 일 동안 10여 명의 장관급 인사를 발표하는 데 그치는 등 후속 인사도 미뤄졌고 행정부 구성에서 혼란이 야기됐다.
프리버스의 발탁 이유는 공화당과의 원활한 관계 형성이었다. 정치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프리버스는 ‘트럼프의 책사’로 불리는 극우 선동가 스티브 배넌, 트럼프 당선인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전 백악관 선임 고문 등에 밀려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했다. 결국 6개월 만에 경질됐다.
두 번째 비서실장은 4성 장군 출신의 존 켈리였다. 그는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 등과 이른바 ‘어른들의 축(axis of adults)’으로 불렸다. 돌출 행동이 잦은 트럼프 당선인을 자제시키는 역할을 담당했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입바른 소리를 잘하는 켈리와도 불편한 관계였고, 켈리는 약 17개월 만에 경질됐다. 켈리는 이번 대선 직전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인을 “파시스트”라고 비판하며 “그는 나치 지도자 히틀러 같은 장군을 원했다. 미 헌법이 아니라 자신에게 충성하는 군대를 원했다”고 했다.
●인수위에도 충성파 가득
트럼프 당선인은 후속 인사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 정권 인수위원회는 부처별 인수팀을 구성해 인수 작업에 들어갔다. 역시 충성심이 검증된 인사가 대거 포진했다.
정보기관 인수팀은 중앙정보국(CIA) 국장 후보로 거론되는 존 랫클리프 전 국가정보국(DNI) 국장,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수팀은 국무장관 후보인 빌 해거티 상원의원의 고문을 지낸 조엘 레이번 전 시리아 특사 등이 주도하고 있다. 또 국무부 인수팀은 브라이언 후크 전 이란 특사, 국방부는 트럼프 1기 보훈장관을 지낸 로버트 윌키 등이 이끌고 있다.
법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마이크 데이비스 변호사 또한 ‘X’에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구직자는 충성심에 대한 구체적이고 확실한 증거를 제출해야 한다”며 “역량과 충성심이 모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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