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정상, 美 트럼프 당선에 ‘자강’ 다짐…“역사 스스로 결정해야”

  • 뉴시스(신문)
  • 입력 2024년 11월 8일 16시 06분


정상급 50여 명 유럽정치공동체로 모여 ‘트럼프 대책’ 논의
미셸 “의존적 결정해선 안 돼…방위력 향상 포기해선 안 돼”
마크롱 “美에 안보 의존하면 안 돼…트럼프는 자국민 우선”

AP 뉴시스
AP 뉴시스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 모인 유럽연합(EU)을 비롯해 유럽 정상급 인사 50여 명이 자강을 다짐했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자국 우선주의와 고립주의를 선도하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한 탓이다.

AP, dpa, 가디언 등 외신을 종합하면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7일(현지시각) 유럽정치공동체(EPC) 정상회의에 참석해 “우리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나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때문이 아니라 우리의 아이들 때문에 우리 운명의 주인이 돼야 한다. 우리가 의존하지 않도록 결정하는 것은 우리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단일 시장을 강화하고 자체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방위 능력을 향상해야 한다면서 “우리의 공동 가치와 공동 원칙을 위해 싸운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우크라이나를 강화하는 것은 우리 자신을 강화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우리 안보를 미국에 영원히 위임해서는 안 된다”라며 “유럽 대륙은 중요한 순간에 자신의 역사를 결정해야 통제해야 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시작한 전쟁, 미국 선거, 중국의 기술이나 무역정책 선택 등 다른 사람이 쓴 역사를 읽고 싶나. 아니면 우리 스스로 역사를 쓰고 싶나”라고 반문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에게 역사를 쓸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트럼프 당선자는 미국 국민에 의해 선출됐다. 그는 미국 이익을 수호할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유럽 이익을 방어할 의향이 있는지다. 그것이 유일한 문제이자 우리 우선순위”라고 덧붙였다.

페테리 오르포 핀란드 총리는 “미국과 새 행정부에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며 “필요한 만큼 오랫동안 우크라이나를 향한 지지를 재확인한다”고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리는 러시아의 말이 아니라 공격으로부터 조국을 방어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회의에서 (정치적) 지지가 아니라 충분한 무기가 필요하다”면서 “푸틴 대통령은 전쟁만을 생각하고 있고 이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압박만이 그를 제한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도전을 극복하고 안보와 경제에 더욱 자립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EU가 계속 노력해야 한다”며 “세계의 독재자가 힘의 우위가 아니라 법의 지배가 중요하다는 매우 분명한 메시지를 받는 것이 우리 모두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언급했다.

동시에 “EU는 새 트럼프 행정부와 좋은 태도로 협력할 것”이라며 “공동 관심사가 무엇인지 함께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협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협력할 여지를 열어뒀다.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전쟁에서 북한의 도움에 대가로 최신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나토 중 유럽 회원국뿐 아니라 미국 본토에도 위협이 된다”라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앉아 우리가 집합적으로 어떻게 이 위협에 맞서고 세계의 우리 편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을지 모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우호적 손길을 건넸다.

다만 친(親)트럼프 성향을 보여온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미국 선거 결과를 놓고 “우크라이나 평화를 원하는 사람의 진영이 상당히 늘어났다”라면서 “이는 새로운 상황이다. 유럽은 조기 휴전을 추진함으로써 반응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과거 우크라이나 전쟁을 24시간 안에 끝내겠다면서도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고립주의로 회귀를 공언해 왔다.

동맹을 철저히 손익 기반으로 평가하는 그는 재임 기간 나토를 비롯한 주요 동맹에 ‘무임승차론’을 주장, 방위비 인상 등 기여분 확대를 요구해 왔다. 나토 회원국 탈퇴를 거론한 전력도 있다.

특히 이번 대선 기간에는 나토 회원국의 지출이 충분하지 않으면 푸틴 대통령이 ‘무엇이든 원하는 대로 하도록’ 독려하겠다고 해 우려를 자아냈다. 그는 평소 전제 지도자와의 친분을 과시해 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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