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집권 1기 당시 사임 압박을 받았던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사진)이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에도 중도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공화당원인 파월 의장은 트럼프 당선인이 직접 발탁해 2018년 2월부터 재직 중이나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 요구에 불응했다는 이유로 사퇴 압박을 받았다.
파월 의장은 7일(현지 시간) 워싱턴 연준 본부에서 0.25%포인트 금리 인하 사실을 밝힌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당선인이 사임을 요청하면 받아들이겠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아니요(No)”라고 일축했다. “대통령이 연준 의장을 해임하는 것은 법이 허용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세계의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연준 의장은 단순한 미 중앙은행 수장을 넘어 전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에 막강한 영향을 미친다. 임기 4년의 의장은 상원 인준을 거쳐야 하며 여러 차례 연임이 가능하다. 전 정권이 임명한 연준 의장이라고 해도 새 대통령이 그의 임기를 보장해주는 것 또한 일종의 관례였다.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당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임명했으며 당초 연임이 유력했던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현 재무장관)을 단임 의장으로 만들었다. 그 대신 앉힌 사람이 파월 의장이었지만 금리 인하에 미온적이라며 내내 못마땅해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파월 의장을 향해 “배신자” “연준은 미쳤다” 같은 막말을 일삼았다. 그를 쫓아낼 방안을 찾아내라고 참모진을 들볶았다. 보다 못한 전직 연준 의장 4명이 “연준의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하라”는 언론 기고문까지 냈다.
민주당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22년 당적이 다른 파월 의장을 재임명했다. 이에 따라 그의 임기는 2026년 2월까지로 늘었다. 블룸버그통신은 린든 존슨,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또한 당시 연준 의장과 불화를 빚었지만 심각한 위법 행위나 권력 남용이 없다면 법적으로 대통령이 연준 의장을 해임할 권한이 없다며 트럼프 당선인의 행보가 이례적이라고 진단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번 대선 기간 중에도 연준이 9월 단행한 0.50%포인트 금리 인하, 즉 ‘빅컷(big cut)’이 자신이 아닌 민주당 측에 유리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올 6월 인터뷰에서는 “2026년 임기가 끝나는 파월 의장을 재임명하지 않겠다”고 했다. 8월에는 “대통령이 연준에 최소한의 발언권을 가져야 한다”며 “연준은 많은 면에서 잘못 판단하고 있고 연준 의장보다 내 직감이 낫다”고 주장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