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가 중국과 러시아의 일본 영공 침범에 대해 “주권의 중대한 침해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미일 동맹에 대해서는 “일본 외교 안보의 근간이자 인도·태평양 지역과 국제 사회 평화 번영의 기반”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 이후에도 미일 동맹 강화를 통해 북한, 중국, 러시아의 위협으로 불안해지고 있는 동아시아 안보 정세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어떻게든 트럼프 당선인과 개인적 관계를 만들어 놔야 외교 안보 정책을 정상적으로 펴 나갈 수 있다는 게 일본 생각이다. 하지만 1기 트럼프 행정부 때 끈끈했던 미일 관계와는 다소 온도차가 느껴진다는 지적이 일본 내에서 나오고 있다.
‘미일 동맹’ 온도차 걱정하는 일본
10일 NHK방송 등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전날 사이타마현 육상자위대 훈련장에서 열린 자위대 출범 70주년 기념 사열식에서 “일미(미일) 동맹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트럼프 당선인과의 통화에서 미일 동맹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발사 등을 언급하며 “전후(戰後) 가장 엄중하고 복잡한 환경에 직면한 상황에서 외교력과 방위력의 두 바퀴를 균형 있게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 후 일본에서는 미일 관계가 예전만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1기 트럼프 행정부 때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5번이나 골프를 치며 개인적 신뢰관계를 구축했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이시바 총리와의 당선 축하 전화는 5분 간의 의례적 인사에 그쳤는데 이는 25분간 통화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일본에 앞서 12분간 통화하며 조선업에 대해 논의한 윤석열 대통령보다 전화 시간, 통화 순서, 내용 모두 뒤쳐졌다는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트럼프 1기 행정부 미국 무역대표부(USTR)를 이끈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에게 다시 USTR 대표를 맡아달라고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일본은 긴장감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그는 당장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에 반대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일본 측은 2027년까지 방위비를 GDP 대비 2%까지 늘리기로 한 점을 미국에 강조하려는 자세다. 트럼프 당선인은 재임 시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국내총생산(GDP)의 2%를 국방비로 충당하라고 압박했다. 일본에도 주일미군 분담금을 4배로 늘리라고 요구했다. 일본은 미국의 요구를 핑계로 방위비를 대폭 확대하고 ‘적 기지 공격 능력’을 갖추면서 군사대국화의 첫 발을 내딛었다. 하지만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250% 수준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일본으로선 더 이상의 방위비 확충은 재정 압박 요인이 된다.
아사히신문은 10일 사설에서 “동맹국 압력도 불사하는 트럼프 당선인의 복귀는 미일 동맹을 외교 안보 정책의 기축으로 삼는 일본에도 시련을 안기고 있다”며 “동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관여를 보장하는 건 중요하지만, 일본이 자신의 체력을 넘어서는 과도한 요구에 응할 여유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총리 재지명 후 정상회담 추진
한편 일본에서는 중의원 선거(총선) 이후 차기 총리를 지명할 특별국회를 11일 소집해 이시바 총리를 차기 총리로 재지명한다. 집권 자민당에 연립여당 공명당을 더해도 215석에 그쳐 과반 의석(233석)을 확보하지 못했지만, 야권이 총리 후보를 단일화하지 못하면서 이시바 총리의 재지명이 확실시된다.
이시바 총리는 재지명 직후 페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브라질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등을 마친 뒤 미국으로 가 트럼프 당선인과의 첫 회담을 조율 중이다. 아베 전 총리는 트럼프 당선인이 처음 당선되고 9일 만에 세계 정상 중 최초로 대면 회담을 가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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