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反)이민’을 대선 기간 내내 핵심 의제로 내세웠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후 불법 이민자 추방을 위해 ‘국가 비상사태 선포’를 고려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불법 이민자를 대거 구금 및 추방할 수 있도록 군 관련 시설과 인력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 시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등 다양한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당선인의 참모진이 ‘대규모 불법 이민자 추방 조치’를 실행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전했다. 여기에는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뒤 국방부 예산을 이용해 멕시코 국경 인근에 장벽을 건설하고, 불법 이민자 구금 및 추방에 군 자원을 동원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군 기지와 인력 등을 이민자 추방 조치에 투입하는 게 적법한지 여부는 분명치 않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의 참모진은 국가 비상사태가 발동될 경우 대통령이 이민자 억류·추방에 군사 기지와 군용기 등을 동원할 수 있는 권한도 갖추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미 국방부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군에 불법적인 명령이 내려질 가능성을 우려해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CNN방송은 “당국자들이 미 국방부 개편과 관련한 준비를 하면서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한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이 미군을 자신의 ‘충성파’들로 채워 군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무시한 행보를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특히 남부 국경에 병력을 추가로 투입하는 등 불법 이민자 추방이나 시위 진압처럼 논란이 있는 현안에 군인을 동원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편 트럼프 당선인은 강경한 반이민 정책 외에도 ‘바이든 행정부 지우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같은 날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의 정권 인수팀이 준비한 기후·에너지 관련 행정 명령과 대통령 포고문에는 ‘파리 기후변화 협약’ 탈퇴도 담겨 있다. 미국은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유지하기로 합의한 파리 협약을 2016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공식 비준했다. 하지만 기후변화 회의론자인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의 첫 임기(2017년 1월~2021년 1월) 중이던 2019년 공식 탈퇴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1월 취임과 동시에 파리 협약에 재가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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